北 주요 기밀이나 군함·전투폭격기 몰고 한국오면 최대 10억 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5일 16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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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북한의 중요 비밀을 갖고 탈북한 사람에게 주는 ‘보로금(報勞金)’을 최대 10억 원으로 올릴 계획이다. 현행 최대 2억5000만 원 지급에서 한꺼번에 4배 오르는 셈이다. 보로금 한도가 오른 것은 1997년 이후 20년 만이다.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와 같은 북한 엘리트층의 탈북이 늘어나는 추세에서 더 많은 고위급 인사의 탈북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통일부는 5일 탈북민이 제공한 정보나 장비에 대한 보상금 성격인 보로금 지급액을 대폭 인상한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 지원에 관한 법률(탈북민 지원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최근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탈북민 지원법은 ‘통일부 장관은 탈북민이 제공한 정보나 가지고 온 장비의 활용 가치에 따라 등급을 정해 보로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돼 있으며, 구체적인 기준을 시행령에서 정하게 돼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국가안전 보장에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한 탈북민에게 주는 보로금 한도액이 현행 2억5000만 원에서 10억 원으로 오른고, 군사 장비를 가지고 탈북한 이들에 대한 보로금 한도도 크게 인상된다. 군함이나 전투폭격기를 몰고 탈북한 경우는 1억5000만 원에서 10억 원으로, 전차·유도무기 및 그 밖의 비행기는 5000만 원에서 3억 원으로, 포·기관총·소총 등 무기류는 1000만원에서 5000만 원으로 오른다.

통일부는 보로금 인상 이유에 대해 “1997년 관련법 제정 당시 처음 정한 보로금 한도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어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해 지급 한도를 현실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가 보로금 인상에 나선 데는 고위급 인사들의 탈북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는 분석이다. 태영호 전 공사는 한국 입국 직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고위급 탈북민이 탈북을 주저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북에서 가진 것을 포기하고 남으로 가는데 과연 자본주의 사회에서 먹고살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라고 말했다. 보로금이 오르면 고위급 탈북자들이 귀순을 결심하는데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계는 분명히 있다. 1997년 법이 제정된 이후 보로금 최대치를 지급받은 이는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로 2억5000만 원을 받았다. 황 전 비서를 제외하면 1억 원 이상 보로금을 받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정부가 1997년 이후 20년 가까이 탈북민들에게 지급한 보로금은 연 평균 3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약 3억 원을 수백 명에게 지급하다보니 1인당 차례지는 금액은 수백 만 원에 불과하다. 보로금이 탈북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요인은 아닌 셈이다.

보로금에 대한 지급 기준 자체가 구체적이지 않아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일부는 “탈북민이 제공하는 정보의 가치는 국정원 등 합동신문기관에서 먼저 평가하고 통일부에서 과거 사례를 참고해 최종 심의한다”고 밝혔다. 심의하는 사람의 재량에 액수가 결정되는데다, 어떤 과정을 거쳐 얼마를 지급했는지도 비밀이어서 인물별 호불호에 따라 지급 액수가 들쑥날쑥해질 여지는 있는 것이다.

또 이러한 보로금 지급이 일반 탈북민들에겐 위화감을 키운다는 지적도 있다. 보로금을 받을 위치에 있던 탈북자는 북한에서도 간부 출신이 태반이다. 북한에서의 지위 차이에 따라 한국에 와서도 받는 돈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오래 전부터 탈북민 사회에서는 “북한에서 출신성분이 좋았다는 이유로 높은 자리에 올라가 우리를 착취하던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도 특별대우를 받는 것이 불공평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광복절 축사에서 대북 메시지로 전한 “차별 없는 동등한 대우”의 원칙과도 어긋난다. 보로금 액수가 한꺼번에 4배나 상향되면 일반 탈북민들의 불만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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