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재용 구속… 권력이 기업에 손 벌리는 행태 근절돼야

  • 동아일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비선 실세 최순실 씨와 공모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433억 원의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어제 전격 구속됐다. 한정석 영장전담판사는 “새롭게 구성된 범죄혐의 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삼성은 “재판에서 진실이 가려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정제된 입장을 내놨다.

대통령이 기업 총수를 3차례나 독대하며 노골적으로 지원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이를 거절할 수 있는 기업이 존재할지는 의문이다. 삼성 측은 대가를 바라거나 부정한 청탁을 한 적이 없는 ‘피해자’라는 입장을 강조해 왔다. 그럼에도 법원이 이번 특검의 영장 재청구를 받아들인 데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지목돼온 정경유착을 더는 용납할 수 없다는 사회적 기대도 작용했을 것이다.

삼성의 경영 공백이 불가피해지면서 삼성은 물론이고 재계에선 앞으로 기업 활동과 해외에서의 이미지 실추를 걱정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전체 제조업 영업이익의 30%를 차지하는 삼성의 위기는 한국 경제의 역동성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삼성의 미래전략실과 그룹 계열사 대표를 중심으로 한 ‘투 트랙 경영’이 작동한다고 해도 대규모 인수합병(M&A)이나 지배구조 개편, 바이오산업 육성 등 그룹 전체에 영향을 주는 의사결정은 1심 판결이 나오는 5월경까지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대졸 신입사원 공채 일정도 잡기 어려운 현실이다. 삼성의 경영공백이 청년들의 일자리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는 셈이다.

차제에 정치와 재계의 관계는 완전히 새롭게 정립돼야 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 단체를 중심으로 이뤄져 온 정치적 성격의 기부를 전면 폐지하는 한편으로 정권도 재단을 만들든 사익(私益)을 취하든 기업의 팔을 비틀어 해결한다는 것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대선 주자들부터 기업에 손을 내밀지 않겠다는 선언이라도 할 필요가 있다. 삼성의 위기는 한국 경제 전화위복의 전환점이 돼야만 한다.
#이재용#최순실#뇌물 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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