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국정원 국내정보 수집업무 폐지”… 개헌압박에 ‘개혁’ 맞불

  • 동아일보

[대선 정국]문재인 ‘권력 적폐 청산 방안’ 밝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사진)가 5일 국회에서 ‘권력 적폐 청산을 위한 긴급 좌담회’를 갖고 국가정보원의 국내 정보 수집 업무 폐지, 대통령 일정 24시간 공개, 경찰 수사권 독립 등을 담은 ‘권력 적폐 청산 방안’을 발표했다. 청와대, 검찰, 국정원 등 대표적인 권력기관들의 개혁 방안을 밝힌 것으로, 사실상 첫 대선 공약 발표로 볼 수 있다.

 문 전 대표가 일찌감치 대선 공약 발표에 나선 것은 ‘호헌-개헌’ 전선에 이어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개헌 저지 보고서 파문으로 수세에 몰리자 권력기관 개혁 이슈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 “국정원을 해외안전정보원으로 개편”

 문 전 대표는 이날 좌담회에서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 업무를 전면 폐지하고 ‘해외안전정보원’으로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국정원 업무를 안보 및 테러, 국제 범죄만 전담하게끔 하겠다는 것이다. 문 전 대표 측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은 경찰 산하에 안보수사국을 신설해 담당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는 “국민 사찰, 정치와 선거 개입, 간첩 조작, 종북몰이 등 4대 범죄에 연루되고 가담한 조직과 인력은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지난 대선 당시의 국정원 댓글 사건 등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라는 사전 경고인 셈이다.

 검찰 개혁에 대해 문 전 대표는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일반적인 수사권을 경찰에 넘기고 검찰은 기소권과 공소 유지를 위한 보충적 수사권만 갖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의 숙원인 수사권 독립을 보장한 것이다. 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도 약속했다. 공수처 설립은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당론으로 채택했고, 개혁보수신당(가칭)도 긍정적이어서 대선 전에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로 옮기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청와대와 북악산, 대통령의 휴양지로 사용해온 (경남 거제시) ‘저도’를 시민들에게 돌려드리겠다”며 “대통령의 24시간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했다. 덕성여대 조진만 교수(정치학)는 “청와대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는 집무실만 옮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 만큼 부속실 및 보좌진의 역할 등에 대한 조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권력기관 개혁 공약에 대해 “정권 교체가 이뤄진다면 정권 초기부터 정말 강력하게 밀어붙이겠다”고 강조했다.

○ 文, ‘친문 패권’ 프레임 정면 돌파

 문 전 대표는 이날 공개한 개혁 방안에 대해 스스로 “상당 부분 지난 대선 때 공약했던 내용”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첫 공약으로 다시 꺼내든 것은 최근 문 전 대표를 향한 ‘친문(친문재인) 패권주의 논란’ 등의 공세를 ‘개혁 프레임’으로 돌파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개헌 저지 보고서 파문으로 비문(비문재인) 진영이 들끓는 상황에서 자체 개헌안 발표 등으로 개헌론에 끌려가기보다는 개혁적인 공약 카드를 일찌감치 꺼내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문 전 대표 측이 ‘긴급’ 명칭을 붙인 좌담회를 개최한 이날 국회 개헌특별위원회는 첫 회의를 열었다. 당 관계자는 “문 전 대표가 자체 개헌안을 내놔도 개헌 방향에 대한 논쟁은 피할 수 없고, 주도권을 쥐기도 쉽지 않다”며 “권력기관 개혁은 비문 진영이 문제 삼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권력기관 개혁은 변호사 출신으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낸 문 전 대표가 잘 아는 분야다. 문 전 대표는 개헌 보고서 관련 질문에는 “오늘은 저나 토론자들이 말씀드린 부분에 한정해 달라”며 답하지 않았다.

 이날 발표한 공약에 대해 친문 진영에서도 “통치를 위해 권력기관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문 전 대표가 개혁안 발표를 강하게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대표 측은 “촛불 민심에 가장 부응하는 내용을 먼저 선보인 것”이라며 “개헌은 물론이고 다른 정책 공약들도 순차적으로 밝힐 것”이라고 했다. 매주 공약을 릴레이로 발표해 당내 경쟁자들과 차별화에 나서는 한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귀국에 맞서 지지층 결집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상준 alwaysj@donga.com·문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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