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풍향’에 촉각… 중립 의원들 “탈당 조금 더 지켜보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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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27일 분당]
“보수 본류 어디 있는지 확신 못해… 문재인만 좋은일 시킨다는 여론도”
김무성-유승민, 막판 탈당 설득… “토론으로 풀자” 노선갈등 진화 나서

 
남고… 떠나고 새누리당의 분당이 27일로 다가온 가운데 비주류와 친박(친박근혜)계는 26일 각각의 
세력을 규합하는 데 골몰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우택 원내대표(위 사진 오른쪽)와 박맹우 사무총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같은 날 국회 의원회관에선 비주류 중심의 개혁보수신당(가칭) 창당추진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김무성 전 
대표(아래 사진 오른쪽)가 정병국 추진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남고… 떠나고 새누리당의 분당이 27일로 다가온 가운데 비주류와 친박(친박근혜)계는 26일 각각의 세력을 규합하는 데 골몰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우택 원내대표(위 사진 오른쪽)와 박맹우 사무총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같은 날 국회 의원회관에선 비주류 중심의 개혁보수신당(가칭) 창당추진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김무성 전 대표(아래 사진 오른쪽)가 정병국 추진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27일 새누리당을 탈당해 개혁보수신당(가칭) 창당에 동참할 의원은 29∼31명 사이다. 새해 초 2차 탈당이 이뤄질 예정이지만 탈당과 잔류를 놓고 흔들리던 중립 의원들은 대체로 ‘좀 더 지켜보자’며 관망하는 분위기다. 16일 원내대표 선거에서 비주류 주자였던 나경원 의원을 지지한 55명 가운데 일단 잔류를 택한 의원이 20명 넘는 셈이다.

 신당파의 핵심 축인 유승민 의원은 당초 국민의당 의석 수(38석)를 넘긴 ‘선발대 40명’을 목표로 했다. 신당이 처음부터 무게감 있게 출발해야 이후 추가 신당 참여 흐름에도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친박(친박근혜)계의 패권주의에 비판적이면서도 막상 새누리당 둥지를 떠나는 데는 주저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았다는 게 신당파 의원들의 전언이다.

 우선 이들의 잔류에는 보수 분열에 대한 부담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TK(대구경북) 지역의 한 중립 성향 의원은 26일 “박근혜 대통령도 밉고, 친박도 미운데 당이 분열될 경우 (유력 대선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만 좋은 것 아니냐는 여론이 많다”고 했다.

 새누리당과 보수신당 간 ‘보수 적자(嫡子) 경쟁’에서 아직 대세를 이룬 쪽이 없다는 점도 대다수 중립 성향 의원들이 관망하는 이유로 꼽힌다. TK의 한 초선 의원은 “여당 지지자들은 야당 지지자들과 성향이 근본적으로 달라 보수의 본류(本流)가 어디에 있는지를 따진다”며 “보수의 본류가 신당으로 옮겨 왔다는 확신이 서기 전까지는 많은 의원들이 움직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보수신당의 리더십 부재가 근본 원인이라는 관측도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어느 쪽을 선택할지 분명치 않은 상황에서 보수신당 내 구심점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여권 대선 주자로 꼽히는 인물들이 신당에 합류했지만 아직 어느 누구도 의미 있는 지지율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탈당을 만류하는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반 총장이 (신당에) 합류한다’고 설득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잖느냐”고 반문했다. 결국 반 총장의 귀국 후 지지율과 정치적 선택이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개혁 성향의 인명진 목사를 영입한 것도 추가 탈당을 막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중도 그룹 중에는 인 내정자가 신당파들보다 더 과감하게 당을 개혁하겠다고 했으니 지켜보자는 의견이 많다”며 “만약 인 내정자가 제대로 당을 바꾸지 못한다면 그때는 지역에서 (신당 참여에 대한) 동의를 구하기 더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신당파의 양대 축인 김무성 전 대표와 유 의원은 이날까지 탈당에 주저하는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막판 총력전을 벌였다. 유 의원은 잔류를 택한 TK 의원에게 전화해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새누리당은 오래 못 갈 테니 (탈당을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해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 전 대표는 신당 창당추진위원장을 맡은 정병국 의원과 함께 신당의 노선에 대한 이견으로 막판까지 탈당을 고심 중인 나경원 의원을 찾아가 “토론을 통해 문제를 풀자”고 설득하기도 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새누리당#보수신당#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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