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에 ‘백지 봉사확인서’ 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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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승마協 감사결과… 징계 요청

 
대한승마협회가 규정과 절차까지 무시하면서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를 지원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문화체육관광부가 14일 발표한 승마협회의 감사 결과에 따르면 승마협회는 2014년 정 씨에게 봉사활동 내용과 시간이 기재되지 않은 백지 봉사활동 확인서를 발급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승마협회 김모 전무가 직접 지시해 발급된 백지 확인서에 정 씨는 하루 8시간씩 5일 동안 서울 승마훈련원에서 마필 관리와 청소를 했다고 적어 재학 중이던 청담고에 제출했다. 이렇게 조작된 서류는 정 씨가 이화여대에 지원할 때 봉사활동 실적을 증명하는 서류로 사용됐다.

 승마협회는 또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가 열리기 전 국가대표 선수들이 합동 훈련을 하지 않았는데도 정 씨가 국가대표 훈련을 하고 있다는 내용의 허위 문서를 청담고로 보냈다. 이 허위 문서를 통해 정 씨는 수업을 받지 않고도 출석한 것으로 처리돼 청담고를 졸업할 수 있었다. 승마협회는 정 씨가 대학에 입학한 2015년에도 훈련 장소 등도 기재하지 않은 부실한 국가대표 훈련보고서를 대한체육회에 제출해 정 씨에게 훈련비와 수당이 지급되도록 했다.

 2014년 6월에 열린 인천 아시아경기 대표 선발전 당시 정 씨가 출전한 마장마술 종목을 채점하는 외국인 심판 정보가 사전에 유출됐다는 의혹도 사실로 드러났다. 감사 결과 당시 심판 섭외를 담당한 승마협회 관계자와 심판이사는 외국인 심판들의 정보를 최 씨와 가까운 협회 직원에게 건넸다. 당시 최 씨의 측근이 외국인 심판들을 경기 전에 만났다는 의혹은 감사를 통해 밝혀지지 않았다.

 승마협회가 규정을 무시하면서 2014년 10월 제주 전국체육대회 승마 경기장을 정 씨에게 유리하도록 변경한 것도 확인됐다. 장소 변경은 당시 대회 조직위원회인 제주도가 대회 개최 4개월 전까지 대한체육회의 승인을 받아 추진해야 하지만 승마협회는 제주도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대한체육회에 개최지 변경을 요청해 승인을 받았다. 이에 따라 2014년 9월 인천에서 열린 아시아경기에 출전했던 정 씨는 전국체육대회 승마 경기장이 제주에서 인천으로 변경돼 다른 선수들에 비해 유리한 위치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

 감사 결과 승마계에서 꾸준히 제기됐던 최 씨와 최 씨 측근의 승마협회 사유화 의혹도 사실로 밝혀졌다. 최 씨의 측근인 박모 전 승마협회 전무는 2009년 1월 이후 승마협회에서 아무런 직함을 맡지 않았다. 그럼에도 박 전 전무는 608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중장기 로드맵 초안을 작성하고 로드맵에 따른 선수 추천 등에 직접 개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 씨는 이렇게 만들어진 로드맵에 따라 지난해 8월부터 독일에서 훈련할 수 있게 됐다.

 문체부는 감사 결과에 따라 정 씨와 승마협회 김 전무 등 관련자에 대한 징계와 정 씨에게 부당하게 지급된 국가대표 훈련비의 환수를 대한체육회에 요구했다. 문체부는 또 감사 결과를 특검에 제출하기로 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검찰이 승마협회 압수수색 관련 서류를 가져가 보지 못한 부분이 많다. 특검에 협조하는 행정 감사 차원에서 규정 위반을 중점적으로 봤다”고 말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정유라#봉사확인서#승마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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