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수용]‘조폭’ 경제수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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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인도, 아프리카 국가 관료 3명이 모였다. 모두 분에 넘치는 집을 갖고 있었다. 고속도로를 만드는 과정에서 중국 관료는 공사비를 부풀려서, 인도 관료는 부실공사로 돈을 착복했다. 아프리카 관료는 삽도 뜨지 않을 고속도로계획을 만들어 사업비를 뜯어먹었다. 3년 전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이런 일화로 관료사회의 부패상을 꼬집었다. 한국이라고 예외일까. “통치에 있어 불의를 허용하는 나라는 공동체로서 기능하지 못할 뿐 아니라 파괴될 것”이라는 플라톤의 경고가 섬뜩하게 들린다.

 ▷관료집단이 마피아처럼 뭉쳐 있는 한국에선 비리가 터져도 관료는 몸통 뒤로 빠지며 깃털 행세를 한다. 그러니 부패가 안에서 썩는다. 공공기관과 로펌의 고위직 중에 징계 전력이 있는 전직 공무원들이 한 트럭이다. 정권이 바뀌면 이 가운데 일부가 전 정부에서 받은 징계를 훈장 삼아 다시 고위직으로 영전할 것이다. 벌써 박근혜 정부 이후를 대비하는 전직이 여럿이라고 한다.

 ▷조원동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좌파 영화 딱지가 붙은 ‘광해’ 등을 만든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에 대해 “그냥 쉬라는데요. 그 이상 뭐가 필요하십니까”라며 퇴진을 압박했다. 녹취록 속의 그는 조직폭력배 중간 보스 같다. 그래도 창피했는지 “경제수석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도리”라고 변명했지만 그 자체가 망언이다. 그는 2013년 증세 파동 당시 “거위 깃털을 빼내는 식으로 세금을 거두는 것”이라고 해 공분을 샀다. 실언이라는 해석도 있었지만 구설이 끊이지 않는 걸 보면 원래 가벼운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직권남용 혐의로 어제 검찰에 출석한 조 전 수석은 “나라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이런 자리에 와 있는 것 자체가 부끄럽고 걱정된다”고 말했다. 기업을 겁박한 관료의 나라 걱정이 어색하게 들린다. 경력이 대한민국 0.001%에 드는 금수저 엘리트가 직언 한번 못 하고 몰락한 것은 우리 사회 불통의 수준을 보여준다. 조 전 수석이 이제 와 자구책으로 자신에게 불리한 진실을 숨기려 한다면 ‘병신년(丙申年)의 공적(公敵)’에 포함될 것이다.

홍수용 논설위원 legman@donga.com
#경제수석#직권남용#조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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