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어디로/탄력받는 검찰 수사]안종범 “최순실은 모른다” 진술 고수
朴대통령 개입 사실 드러나도 ‘최순실씨 위해 모금지시’ 규명 관건
문고리권력 소환이후 조사할듯
구치소 가는 안종범 前수석 2일 밤 긴급 체포된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은 뒤 3일 오전 3시 40분경 차량을 타고 서울 남부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검찰이 3일 최순실 씨(60)를 구속해 신병을 확보하면서 최 씨의 국정농단 의혹 전반에 대한 검찰 수사가 탄력을 받게 됐다. 여기에다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대국민 담화 발표에서 검찰 수사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힐 경우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 속도도 한층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한정석 영장전담판사는 이날 밤 10시 50분 “범죄 사실이 소명되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최 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청와대가 대기업을 압박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내놓게 한 과정에 박 대통령이 관여했다는 진술이 확보됨에 따라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해진 것으로 내부적으로 판단을 내렸다.
2일 소환된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은 이틀째 진행된 검찰 조사에서 “최순실 씨는 모른다. 대통령이 지시했다. 강제로 돈을 모금하진 않았다”라는 취지의 진술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2일 안 전 수석을 긴급 체포하면서 “주요 혐의에 대해 부인하고, 공범인 최 씨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점을 고려할 때 정범인 피의자를 체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최 씨를 모른다고 진술한 것과 상관없이 검찰은 안 전 수석이 최 씨와 공범이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위해 ‘승계적 공동정범’이라는 개념을 꺼내 들었다. 두 명 이상이 함께 죄를 지었을 때 각자를 ‘공동정범’으로 부른다. 그런데 여기에 ‘승계적’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은 두 명 이상의 피의자가 처음부터 범죄를 공동으로 모의한 게 아니라 피의자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범행 중간에 끼어든 뒤 같은 범죄를 함께 저질렀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대기업들에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내라고 압박하고, 더블루케이에 또 다른 출연금을 내라고 할 때 최 씨와 안 전 수석이 처음부터 긴밀하게 상의하지 않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두 사람이 같은 목적을 위해 한 범죄를 같이 저질렀다는 것이다.
안 전 수석과 최 씨가 사전 상의 없이 같은 범죄를 저지를 수 있었던 이면에, 박 대통령이란 연결고리가 존재했을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박 대통령과 최 씨가 먼저 재단 설립을 논의하고 박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게 이를 지시해 최 씨와 안 전 수석이 승계적 공동정범이 되는 구조다. 실제로도 검찰은 안 전 수석이 최 씨와 직접 교류한 증거나 흔적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또 고민하는 것은 박 대통령이 이번 사건에 관여했더라도 직권남용을 할 ‘사적 동기’가 있었는지를 입증해야 한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은 두 재단 의혹이 제기된 뒤인 지난달 20일 “재계 주도로 설립된 재단들은 해외 순방에 참여하면서 코리아 프리미엄을 전 세계에 퍼뜨리는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최 씨의 사익을 위해 관여한 게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경남기업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지난해 구속 기소됐던 김모 씨(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일반적인 업무 범위 안에서 경남기업의 일을 조정한 것”이라며 올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 씨가 경남기업에 사적으로 이득을 줄 이유가 없었다는 취지다.
그동안 불거진 의혹과 검찰이 확보한 진술들은 최 씨가 사익을 위해 두 재단에 관여한 정황을 뒷받침하고 있다. 검찰은 실체를 규명해 최 씨, 나아가 박 대통령 직권남용에 사적 동기가 있었다는 점을 공략할 가능성이 크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진상 규명의 필요성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수사 자청을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이런 가운데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의 “대통령에게 ‘수사를 자청하는 게 필요하다’고 건의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충분히 대통령도 엄중한 상황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수사 자청을) 건의드릴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도 “대통령을 포함해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며 같은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검찰 출신의 사회 유력인사들에게 조사 방식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조사가 이뤄진다면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서면조사나 제3의 장소에서 방문조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형식과 장소는 검찰이 청와대와 조율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조사 시기는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 문고리 권력들을 먼저 조사한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강제 모금과 관련해 이날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소속 김모 전무를 참고인으로 소환 조사했다. 검찰이 김 전무를 통해 재단 출연금뿐 아니라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에 대한 삼성의 승마 훈련 특혜 의혹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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