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김용하]국가 위기관리와 레임덕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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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核 불황 재난 파업에 총체적 국가 위기
정치권은 연일 정쟁에 몰두… 대기업도 한순간에 침몰 우려
위기관리 시스템 다시 가동해 대통령 리더십 복원이 시급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최근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로 우리 국민의 불안감은 극을 향해 치닫고 있다. 예상치 못했던 경주 지진에 이어 10월 태풍 차바의 상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북쪽에서는 5차 핵실험에 이어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 징후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경제성장률은 2%대를 돌파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한진해운 사태에서 보듯 기업 구조 조정도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천재지변, 국가안보, 민생경제 등으로 나라 전체가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어서 미래에 대한 막연한 근심 걱정이 증폭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민심의 흔들림을 잡고 안정시키는 것이 급하지만, 이를 해결해야 할 책무가 있는 정치권은 겉으로는 모두 나랏일을 걱정하고 있지만, 연일 정쟁으로 허송세월하고 있다. 공무원들은 서울과 세종을 오가면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맥 빠진 정치 상황에서 어찌할 바 모르고 있고, 주요 기업들도 치열한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력을 다해도 모자랄 판에 이런저런 사건에 얽혀들어 전전긍긍하고 있는 판이다.

 이런 와중에 국민들의 마음은 근심 걱정하는 단계를 넘어 절망하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의 차바 태풍으로 물바다가 된 부산의 마린시티와 울산의 중심거리를 보면서 해일에 뒤덮인 영화 ‘해운대’를 연상하지 않을 수 없고, 흔들리는 경주 여진 속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막 나가고 있는 북쪽 정권의 전쟁 위협 속에서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피부에 와 닿고 있다. 더구나 한국 경제를 받쳐 왔던 대기업들도 국내적으로는 노사갈등으로, 국외적으로는 경기침체 속에서 어느 순간 갑자기 침몰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을 맴도는 저출산 문제와 인구 고령화에 따른 부양 부담 그리고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살률은 우리나라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표를 던지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방관 방심보다는 근심 걱정 우려가 필요하고, 행복감을 주는 엔도르핀보다 긴장 불안감을 주는 아드레날린이 문제 해결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그것도 지나치면 해가 될 수 있다.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 예사롭지 않은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막연하게 불안감만 조성되어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반대로 안보와 관련하여 우리도 핵 무장을 해야 한다든지, 유사시 선제공격을 해야 한다든지 하는 주장과 같이 국가 중요 사안을 충분한 검토 없이 호언장담한다거나 갑론을박하는 상황은 국민 불안을 더욱 높일 뿐이다.

 현 상황에서 가장 시급히 서둘러야 할 것은 국가 위기관리 시스템의 재구축과 명확한 국정 리더십 복원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국가 위기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는지 대통령이 직접 총체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 사건 사고가 터질 때마다 민낯이 드러나는 엉성한 위기관리 능력을 언제까지나 방치할 수는 없다. 문제가 노출되면 때우고 넘어가기보다 근본적으로 해결하려고 해야 한다. 우리는 2013년 이후 계속되는 안보위기, 2014년 세월호 사고, 2015년 메르스 사태, 2016년 지진과 태풍 등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각종 현실 속에서 국가의 필요성과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의 어렵고 가슴 아팠던 경험이 헛되지 않도록 국가 위기관리 시스템을 철저하게 재구축하는 일은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중에 해야 할 중요한 국가 대사라고 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국가 위기 상황에서는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어 한가롭게 레임덕에 빠질 시간도 없다. 대통령의 국정 리더십은 한시바삐 복원돼야 한다. 5년 단임 대통령제 국가에서 임기가 16개월이나 남았는데 레임덕이 벌써 생겨서는 국가가 제대로 운영될 수 없다. 지난 44개월 동안 추진해 왔던 정책 전반을 성공적으로 완수해야 할 뿐만 아니라 국가안보와 경제안정 등 최근 현안들을 흔들리지 않고 슬기롭게 해결해 나갈 책무가 대통령에게 있다. 북쪽의 전쟁 위협 대응과 같은 국가안보 문제와 규제혁파 등 미래 경제동력 기반 구축과 관련해선 고 박정희 대통령과 같은 일관성 있고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동시에 지역 계층 세대별로 뿔뿔이 갈라진 민심을 통합하기 위해선 고 육영수 여사와 같은 부드러운 리더십을 구사해 노도와 같이 몰아쳐 오는 악재를 지혜롭게 풀어 나가야 한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경주 지진#태풍 차바#북한 6차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레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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