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 아니면 全無’가 파국 불러… 서로 물러설 명분 찾아줘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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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파행]정치원로-전문가들이 말하는 해법

 
 ‘협치’ 운운하던 20대 국회가 한 치의 양보 없는 무한 정쟁에 돌입하자 정치 원로와 전문가들은 26일 “그래도 정치로 풀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조언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좀 더 적극적으로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고,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자신의 거취를 신중히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 내일을 생각하지 않는 국회

 정치 원로 및 전문가들은 국감을 시작으로 법안 심사, 예산안 심사가 줄줄이 대기 중인 국회에서 여야가 퇴로 없는 팽팽한 기 싸움을 하는 것을 우려했다. 이동관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대통령도, 야당도 브레이크를 푼 채 마주 보고 달리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며 “정쟁 국면이 길어지면 국민만 피해자가 된다”고 말했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도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 과정을 보면 여야가 충분히 제동을 걸 수 있었다”며 “내일을 생각하지 않는 국회”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다만 ‘김재수 대치 정국’의 원인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김병준 전 대통령정책실장은 “국회 논의를 무시하고, 반응도 보이지 않는 대통령을 보며 국민이 피곤을 느낀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한발도 물러설 마음이 없는 것 같다. 아이가 울면 달래줘야 하는데 같이 울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전 수석은 “이번 해임건의안 통과 과정에서 정파를 초월한 중재자인 국회의장이 야당 당수 같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며 “국회의장도 국정 운영의 한 축”이라고 비판했다.
○ 문제도 해답도 결국은 정치

 여야 정치권이 ‘갈등의 진원지’가 됐지만 그 해결도 정치권의 몫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 전 수석은 “결국 정치로 풀 수밖에 없다”며 “서로 명분을 만들어주는 대화를 시작하라”고 주문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김 장관 해임건의안이 가결됐고, 박 대통령은 단박에 거부했으니 퇴로가 없는 상황”이라며 “국회의장이 편파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여야를 불러 양해를 구하는 노력을 먼저 해야 한다”고 했다. 김상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은 “여야가 최강수만 골라 두는데 서로 명분을 주고 물러날 자리도 줘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정 의장이 사퇴할 때까지 단식한다는 건 최악의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김 고문은 “야당은 국정감사를 2, 3일 연기하자는 정 의장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계속 협상의 여지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전 실장은 “2003년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 당시, 노무현 대통령도 ‘너 죽고 나 죽자’ 하면 온갖 갈등이 생길 걸 알고 수용했다. 국민이 아니라고 하면 대통령은 장관을 10명도 바꿀 수 있어야 한다”며 박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그는 “상대가 아무리 잘못해도 퇴로를 열어주고, 가장 큰 권력을 가진 사람이 접고 책임지는 게 정치”라고도 했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우리나라 정치 제도는 대통령제인데 내각제처럼 운영되면서 정부·여당 대 야당이라는 대립 구도가 고착됐다”며 “김 장관 스스로 물러나 박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야가 냉각기를 갖고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식 요구 대신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유근형·우경임 기자
#국감#김재수#정치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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