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더민주 문재인, 사드 배치 현실화 인정하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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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와 관련해 8일 트위터에 “배치가 ‘현실화’하더라도 중국과의 관계 악화는 막아야 한다”고 했다. 측근 김경수 의원은 “외교적 노력을 외면하는 정부를 비판한 데 무게중심이 가 있다”고 했지만 평소 사드 반대를 표명했던 문 전 대표가 이를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언급을 한 것은 이례적이다.

문 전 대표는 사드 문제가 불거진 2014년 이후 줄곧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연기의 대가 차원에서 미국 방침에 떠밀려 가는 것” “주권 국가라 말하기에 부끄럽게 만드는 일”이라며 반대했다. 입지(立地) 발표 수 시간 전인 13일엔 “정부가 본말 전도, 일방 결정, 졸속 처리 3대 잘못을 했다”며 “득보다 실이 많은 사드 배치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거듭 반대했다. 더민주당의 최대 지분을 가진 그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이후 당론을 정하지 않겠다며 전략적 모호함을 유지하던 더민주당 내에서 강한 반대 목소리가 잇달아 터져 나왔다.

천안함 폭침 때 5년 만에 북한 소행을 인정한 문 전 대표가 사드와 관련해선 한 달여 만에 사드 배치 현실화를 애매하게나마 언급한 것이 안보와 국익에 대한 성찰에서 나온 것이라면 다행이다. 2012년 대선에서 그의 패인 중 하나가 대형 안보 이슈마다 친노의 친북(親北) 이미지 각인 때문이라는 점을 본인도 잘 알 것이다. 하지만 갑자기 왜 사드 배치에 대한 견해를 바꿨는지 이렇다 저렇다 할 설명이 없어 여전히 의구심은 남는다. 국민 생존이 걸린 안보 문제에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언행을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 맹목적인 반대에서 슬며시 말을 바꾸는 자세로는 지켜보는 국민만 혼란스러울 뿐이다.

문 전 대표는 별 성과 없이 귀국한 더민주당 초선 의원 6명에 대해서도 “(이들을 비판한 정부가) 한심하다”고 오히려 편들었다. 이들의 중국 체류 기간 중 중국의 관영 언론들은 한국 정부를 조롱하고 사드 반대 논리를 확산하는 데 6명을 이용했다. 관영 환추시보는 “의원들이 정부를 의식해 위축이 돼 제대로 의견 표명을 못 했다”며 한국 정부를 걸고넘어졌다.

문 전 대표가 진정으로 사드에 대한 관점이 바뀌었다면 애매한 수사로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라 그 이유를 국민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옳다. 아직도 사드에 반대한다면 대선 출마 시 공약으로 내세울 뜻을 확실하게 밝혀라. 그래야 국민들이 군통수권을 맡길 만한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문재인#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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