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선수들 싱글싱글… 임원진은 인상 팍팍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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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 2016 리우올림픽 D-4]
역도 엄윤철, 南 기자와도 대화… 선수단장은 “북한 아닌 조선” 정색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북한 선수단이 입촌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선수촌. 숙소 밖으로 내건 인공기가 눈길을 끈다. 리우데자네이루=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북한 선수단이 입촌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선수촌. 숙소 밖으로 내건 인공기가 눈길을 끈다. 리우데자네이루=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서로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 같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참가한 북한 선수단 이야기다. 선수들은 활짝 웃으며 스포트라이트를 즐기기 바쁘다. 반면 임원들은 험상궂은 표정이다. 예전 올림픽 때보다 표정이 더 굳었다.

북한 역도 대표 엄윤철(25)은 4년 전 런던 올림픽 때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지난해까지 3연패에 성공했다. 그가 리우에 모습을 드러내자 각국 기자들이 몰려들 정도로 북한을 대표하는 스타 선수다. 엄윤철은 다른 나라 선수들이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면 활짝 웃으며 ‘셀카’를 찍었다. 다른 북한 선수들도 한국 기자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고받았다.

반면 윤성범 북한 선수단장은 선수촌 입촌식 행사 내내 표정에 변화가 없었다. 북한의 예상 성적을 묻는 한국 기자들의 질문에 그는 “우리는 (북한이 아니라)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이라며 정색하기도 했다. 윤 단장이 처음으로 북한 올림픽 선수단장을 맡았던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남북한이 처음으로 개회식에 동시 입장했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면 격세지감이다.

이런 차이는 스포츠인과 정치인의 차이로 요약할 수 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처음 권력을 잡은 2011년부터 ‘스포츠 정치’에 힘썼다. 한 고위 탈북자는 “김정은은 ‘아버지는 예술로 조선을 알렸지만 나는 체육으로 이름을 알리겠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리우에서 북한은 선수들의 행동과 성적을 통해 ‘세계와 호흡하는 자유롭고 영광스러운 나라’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임원들은 정치 논리를 따르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의 대북제재 해제 같은 정치적 요구를 행동으로 표현하는 ‘임시 외교관’ 역할까지 요구받았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더욱 과잉 충성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리우데자네이루=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북한선수단#리우#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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