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우병우 민정수석 해명 듣고 나니 의혹 더 커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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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어제 처가의 강남역 인근 부동산의 넥슨 매각을 비롯해 꼬리를 문 의혹에 대해 청와대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해명에 나섰다. 그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정무적으로 책임질 생각 없다”며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그가 조목조목 밝힌 해명은 되레 의구심만 증폭시켰다.

우선 처가 부동산 매각에 대해 두 차례나 거짓말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처음엔 “매매에 관여한 적이 없다”고 했으나 2011년 3월 부동산 계약을 맺던 현장에서 우 수석이 계약서를 검토했다는 넥슨 측 진술이 나오자 어제는 “장모를 위로하기 위해 현장에 있었다”고 말을 바꾸었다. “10억 원에 가까운 중개수수료를 냈고 세금계산서도 있다”며 ‘정상 거래’라고 애초 주장했지만 계약서에 중개자 도장이 없는 ‘당사자 거래’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그렇다면 우 수석이 “김정주 NXC(넥슨 지주사) 회장에게 부동산을 사 달라고 한 적 없다”는 주장은 사실인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장인 사망 후 상속세 문제로 처분하지 못해 애를 먹던 1300억 원대 부동산을 하필 그와 가까운 진경준 검사장의 친구가 대주주인 넥슨에서 사들인 것이 우연이었다는 말인가. 우 수석이 사 달라고 하지 않았더라도 넥슨이 우 수석 측에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서 산 것이라면 포괄적 뇌물수수 혐의가 될 수도 있는 사안이다.

우 수석이 변호사 시절인 2014년 수임한 한일이화(현 서연) 대표의 형사사건이 1심 유죄였다가 올 2월 항소심에선 무죄를 받은 것도 석연치 않다. 우 수석이 2015년 진경준 검사장 진급 심사 과정에서 넥슨 주식 소유와 관련해 부실 검증을 한 데 대해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자신의 잘못으로 검찰 사상 첫 현직 검사장 구속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의경인 아들의 특혜 논란에 관해서는 “아버지로서 가슴 아픈 부분”이라고 토로했다. 언론이 이런 문제까지 후벼 파느냐는 내심의 불만에서 나온 말 같다. 하지만 ‘금수저 아들’의 ‘꽃 보직 전출’을 바라보는 평범한 부모의 가슴을 헤아렸다면 해서는 안 될 발언이었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을 지휘하고 검찰과 국가정보원을 관할하는 중책이다. 신임 대법관 후보 검증이나 앞으로 개각이 있을 경우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 검증을 과연 신뢰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그가 고소한 언론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지만 “(검찰이) 부르면 (가서 답할 것은) ‘모른다, 아니다’밖에 없다”고 밝힌 우 수석에 대해 후배 검사들이 공정한 수사를 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그는 “대통령님을 위해 성실히 최선을 다해 일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제 대통령을 위해서라도 스스로 거취를 고민할 때가 됐다.
#우병우#넥슨#부동산 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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