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대통령 뜻 맞아… 지역구 옮겨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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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윤상현, 친박 서청원 지역구 경쟁자에 압박전화… 녹음파일 파문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인 최경환 의원과 윤상현 의원이 4·13총선을 앞두고 한 예비후보에게 지역구를 옮기라고 종용한 통화 녹음 파일이 18일 공개됐다.

이날 한 언론이 공개한 녹음 파일에 따르면 최 의원은 1월 말 A 씨에게 “사람이 세상을 무리하게 살면 되는 일이 아무것도 없잖아. 자꾸 (현 의원에게) 붙으려고 하고 음해하고 그러면 ○○○도 가만 못 있지”라고 말했다. A 씨는 18대 국회 당시 수도권 한 지역에서 의원을 지냈지만 19대 총선 때는 컷오프(공천 배제)됐다. 20대 총선을 앞둔 1월 다시 이 지역구에 예비후보로 등록해 선거를 준비해 왔다.

최 의원은 A 씨가 지역구를 바꾸는 조건으로 공천을 보장해 달라고 하자 “그래, 그건 ○○○도 보장을 하겠다는 거 아냐…”라며 “감이 그렇게 떨어지면 어떻게 정치를 하나? 하여간 빨리 푸세요. 그렇게 하면 우리가 도와드릴게”라고 했다. A 씨가 “(지역구를 바꾸는 게) VIP(대통령) 뜻이 확실히 맞는 거냐”고 묻자 “그럼. 옆 (지역구)에 보내려고 하는 건 우리가 그렇게 도와주겠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최 의원은 앞서 6일 8·9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며 “지난 총선 기간 저는 최고위원은커녕, 공천관리위원회 구성과 공천 절차에 아무런 관여도 할 수 없었던 평의원 신분이었다”라고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해 억울함을 토로했었다.

최 의원에 앞서 A 씨에게 전화한 윤 의원은 그를 형으로 부르며 “(해당 지역구에서) 빠져야 한다, 형. 내가 대통령 뜻이 어딘지 알잖아. 형 거기 아니라니까”라고 말했다. 또 “까불면 안 된다니까. 형이 얘기한 대통령 뜻을 가르쳐준 거 아냐”라며 “(현기환) 정무수석하고, 경환이 형하고, 나하고 대통령, 다 그게 그거 아냐”라고 말했다. “○○지역은 당연히 보장하지. 경선하라고 해도 우리가 다 만들지. 친박 브랜드로 ‘친박이다. 대통령 사람이다’”라고도 했다.

윤 의원은 A 씨가 지역구를 바꾸지 않을 경우 자신이 알고 있는 ‘약점’을 이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그는 “형이 일단 전화해, 빨리. 형 안 하면 사달 난다니까”라며 “내가 별의별 것 다 가지고 있다니까. 형에 대해서”라고 말했다.

A 씨는 이후 이웃한 신설 지역구로 옮겨 공천을 신청했지만 경선 과정에서 탈락했다. 문제가 된 지역구의 현역 의원은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의원(8선·경기 화성갑)이다. 2013년 10월 재·보궐선거로 이 지역에 입성한 서 의원은 당시 공천 경쟁자인 A 씨에게 “19대 한 번만 하고 돌려주겠다”라고 약속했다는 얘기도 있다. 그로부터 두 달 뒤 A 씨가 공기업 사장에 낙점되면서 ‘보은 인사’ 아니냐는 말도 정치권에서 나왔다.

최 의원과 윤 의원은 이날 녹음 파일이 공개된 뒤 외부와 접촉을 피하고 있다. 윤 의원은 19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관련 국회 긴급현안질문에 질문자로 포함됐지만 같은 당 김진태 의원으로 교체됐다.

한 친박 핵심 의원은 “지역구가 겹치는 인사에게 다른 지역으로 옮겨 출마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조율할 수 있지 않느냐”며 “이를 공천 개입이라고 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 윤 의원이 특정 후보의 출마 지역을 바꾸는 등 실제로 공천에 개입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최경환#서청원#친박패권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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