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조장옥]개헌으로 대한민국 희망 찾으려면

  • 동아일보

영국, 세계의 리더 된 것… ‘마그나카르타’ 같은 제도 덕분
바른 제도의 선택기준은 정치 이념 빈부를 넘어서야
지금 한국의 불안정성은 좋은 정치, 경제, 인권 위한
인센티브 취약하기 때문… 저성장 해결 위한 제도 개혁 필요

조장옥 객원논설위원 한국경제학회 회장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조장옥 객원논설위원 한국경제학회 회장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영국이 유럽연합(EU)을 떠난다고 법석이다. 영국이 EU를 떠나기로 한 것은 불확실성을 키운 측면은 있으나 그 자체로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본다. 영국이 떠난들 무역과 금융 거래가 달라질 것이라고 본다면 교역의 본질을 꿰뚫어 보지 못한 것이다. 거래는 이익이 있으면 지속된다. EU 탈퇴로 유럽 대륙과 영국 사이에 일어나는 교역 이득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교역은 중단 없이 지속될 것이다. 영국의 경우 적어도 당분간 교역 규모가 축소되고 적지 않은 불편이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위기를 불러올 정도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영국이 이렇듯 냉정한 견해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으리라고 본다. 영국에서 EU로 접근할 때 거래 비용이 증가하면 영국을 발판으로 삼은 다국적 기업이 떠날 것이고 금융 중심으로서 런던의 위치도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자고로 고립을 추구해 번영한 나라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는 영국의 미래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임에는 틀림없다. 영국이 어떤 나라인가. 해가 지지 않는다는 제국이지 않던가. 식민지 미국을 잃음으로써 한 번 꺾이긴 했지만 산업혁명을 통해 세계 정치·경제의 리더로 거듭남으로써 어느 나라도 넘볼 수 없는 번영을 구가했다. 20세기 초 미국에 리더 자리를 넘기기 전까지 영국은 번영의 전범을 보였다.

영국이 세계의 리더로서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제도를 통해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나라의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재산권 보장을 공식적으로 시작한 것은 1215년 제정된 마그나카르타로부터다. 1265년 첫 선출 의회가 구성됐다. 입헌군주제에 더욱 다가선 것은 1689년 명예혁명과 그에 따른 권리장전의 제정에 의해서였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성숙한 자유·민주적 자본주의는 산업혁명의 기초가 된 창의적 발명과 산업의 원천이었다. 산업혁명이 영국에서 처음 발아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세계의 리더로서 영국의 부침, 그리고 브렉시트를 보면서 한 나라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곰곰 생각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제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낀다. 특히 제도는 정치와 이념, 빈부와 감정을 넘어 냉철한 기준에 따라 도입돼야만 한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그 기준이 따라야 할 첫째 덕목은 인센티브다. 제도의 선택은 국민이 열심히 일하고, 자신과 나라를 사랑하고, 나아가 이웃과 세계를 위해 헌신하게 만드는 인센티브를 얼마나 제공할 것인가라는 단순한 원리에 따라야만 한다. 제도가 부정부패와 태만, 당파와 투쟁을 위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때 그 나라에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한데 그런 제도를 선택한 경우는 역사에 비일비재하다.

우리는 너무도 숨 가쁘게 여기까지 왔다. 무엇이 우리를 이토록 열심히 일하게 하는 것인지, 무엇이 우리의 다음 목표인지, 이웃과 세계는 우리에게 무엇인지를 생각하거나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남들은 그 사이 우리가 선진국에 진입했다고 하는데, 어느덧 빈부 문제, 양극화, 저출산, 저성장 같은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가 산적했고 정치적으로는 권력 집중과 대의민주주의의 폐해가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여기서 묻고 싶은 것은 과연 이 나라가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제도를 가지고 있느냐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이 겪는 불안정성은 좋은 정치, 좋은 경제, 좋은 문화, 좋은 인권을 위한 인센티브가 취약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라고 본다.

대한민국은 우리가 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경지에 진입했다. 그 핵심에 장기 저성장이 있다. 장기 저성장 국면의 제도는 혁신할수록, 일할수록 이로워지는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 즉, 저성장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제도를 개혁하여 해결하는 방식과, 제도는 그대로 둔 가운데 재정지출과 통화팽창을 통해 해결하는 방법이 있다. 이 중 후자가 유효하지 않다는 것은 일본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지금 국회의장과 야당을 중심으로 개헌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다분히 정략적인 냄새가 난다는 문제에도 불구하고 바른 제도 선택을 위한 기회라는 측면에서 무시할 수 없다. 차제에 인센티브를 담보하는 제도의 개혁을 이루어 미래 백 년을 대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조장옥 객원논설위원 한국경제학회 회장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개헌#국회#저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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