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허문명]북한식당 류경 종업원들의 CNN 회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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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탈북한 13명의 동료와 함께 일했던 중국 저장 성 닝보 시에 있는 북한식당 류경의 여성 종업원 7명이 20일 평양에서 CNN방송과 인터뷰를 했다. 흰색 셔츠에 검은색 정장을 입은 이들은 고려호텔 로비에 서서 “지배인이 식당을 동남아로 옮기는 것처럼 우리를 속여 데려간 뒤 탈북하게 만들었다”며 ‘유인납치’라는 북한 당국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대부분 20대로 보였으며 화장도 하지 않은 ‘생얼’로 몇몇은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국에 끌려가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을 동료들 생각에 마음이 찢어진다.” “우리는 부모와 조국, 김정은 수령님을 절대 떠나지 않을 것이다.” 앵무새처럼 뇌는 모습이 짠해 보였다. 동무들은 한국으로 도망가고 갑자기 중국에서 북한으로 끌려 들어와 불안과 두려움으로 속이 타들어가고 있을 것이다. 이들도 중국에서 한류 드라마를 보며 한국을 동경했지만 북에 남아 있는 부모형제가 마음에 걸려 탈북을 포기한 여성들일 게다.

▷수석종업원이라 밝힌 최혜영이란 여성은 “지배인이 나에게만 남한으로 가는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한 탈북 여성은 “이 대목을 들으며 ‘보위부가 적어준 대사를 읽고 있구나’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그게 사실이라면 남한행을 알면서도 목숨 걸고 막지 않은 최 씨는 당장 수용소로 끌려갔을 것이다. 다른 탈북 여성은 “종업원들이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보았다는 것도 널리 알려졌으니 사상 검증과 갖은 조사로 1년 이상 고초를 겪을 것”이라며 “기자회견 뒤에는 낙인이 찍혀 농촌으로 쫓겨 가 살 수밖에 없을 것”이라 했다.

▷북한은 류경식당 종업원의 탈북 사실을 일절 보도하지 않고 있다. CNN 회견도 내부에는 비밀로 하면서 대외 공세를 취해야 하는 고육지책의 산물로 보인다. 한 탈북자는 “내부 동요를 막기 위해 주민은 절대 모르게 해야 하고 그렇다고 가만있을 수는 없으니 수습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는 것을 김정은한테 보여주기 위한 쇼”라고 풀이했다. 이번 CNN 회견은 북한이 류경식당 종업원들의 탈북 사건을 얼마나 중대하게 보고 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류경식당 종업원#유인납치#cnn 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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