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北 대사관, 홍보게시판에 류윈산 사진 내리고 ICBM 사진 내걸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2일 23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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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중국 베이징(北京) 대사관 외부의 선전용 홍보게시판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국제사회가 탄도 미사일 발사로 규정해 제재하고 있는 ‘지구 관측 위성’ 발사 장면 사진을 내걸어 논란이 예상된다.

류윈산(劉雲山)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서기처 서기가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당 70주년 당시 북한을 방문했던 사진은 양국 우호를 나타내는 것으로 걸려 있었으나 최근 사라져 대북 재재 국면에서 냉각된 양국 관계를 반영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12일 오후 베이징(北京) 차오양(朝陽)구 르탄베이(日坦北)로의 북한 대사관 정문 오른쪽에 설치된 대형 게시판에는 21장의 사진이 전시돼 있었다. 이중 2월 7일 발사된 ‘지구 관측 위성 광명성 4호’ 사진 2장과 ICBM인 KN-08 사진이 포함돼 있었다.

‘광명성 4호’ 사진은 미사일이 하늘을 향해 치솟는 모습을 담은 것으로 사진 밑에는 “조선의 과학자, 기술자들이 자체의 힘과 기술로 쏴올린 지구관측위성 ‘광명성-4호’”라는 설명도 있다. 이 사진 좌상단에는 ‘지구관측위성 광명성 4호의 발사를 현지에서 지도하는 김정은 동지’라는 설명과 함께 김정은이 현지에서 발사를 지휘하는 사진도 함께 걸려 있었다.

게시판 앞에서 만난 2명의 30대 초반 중국인 남성에게 “북한은 지구관측 위성이라고 하지만 국제사회는 미사일을 발사로 보아 유엔 제재를 하고 있다”며 의견을 묻자 이들은 게시판을 가리키며 “여기는 북한 선전 공간 아니냐”고만 대답했다.

또 다른 ‘KN-08’ 사진은 탄두가 뾰족한 형태의 구형 KN-08로 북한은 지난해 10월 열병식에서 탄두가 뭉툭한 개량형 KN-08로 추정되는 ICBM을 공개한 바 있다. 이 사진에는 특정한 날짜가 붙어있지 않은 채 “자주적 국방 공업의 위력을 과시하여 나아가는 조선인민군 기계화 종대”라는 설명만 붙었다.

북한 대사관은 중국 외교부 건물과는 불과 몇 백m 떨어진 곳에 있다. 북한이 베이징의 중심에 이런 사진을 게시한 데는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해 제재하고 있는 국제사회나 이에 적극 동참하는 중국에 대한 북한의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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