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19일 대타협 파기 선언… 파견법 난항에 중소기업 발동동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9일 03시 00분


“뿌리산업 영세업체 뿌리 흔들려”

“도금 일을 하겠다는 청년이 없어서 파견 근로자를 쓰겠다는데 왜 사업주를 범법자로 만드는 것입니까.”

경기 안산시에서 30여 년간 도금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신모 대표의 가장 큰 고민은 인력 수급 문제다. 12시간 맞교대 근무로 공장을 가동해야 납품 기일을 맞출 수 있고, 주말엔 탱크 청소와 정비 작업까지 해야 하지만 인력이 턱없이 모자라 외국인 근로자들이 추가 근무를 하며 간신히 버티고 있다. 신 대표는 “파견법이 통과되면 50대 이상 고령 파견 근로자들을 충원해 현장에 투입하려고 계획을 세웠는데 요새 돌아가는 걸 보니 힘이 다 빠진다”며 안타까워했다.

대표적인 3D 업종인 용접 중소기업에서도 일할 사람이 없어 아우성이다. 경남 김해시의 한 용접업체 최모 대표는 “음성적으로 파견 근로자를 쓰는 곳이 많은데 이번에 법안이 통과돼서 양지로 나오게 되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법은 제조업종에 파견을 금지하고 컴퓨터 관련 업무, 통역사, 주유원 등 32개 업종에만 제한적으로 파견을 허용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새누리당이 발의한 파견법 개정안은 직접 생산 공정 업무가 아니면 55세 이상 장년층에는 파견 업종 제한을 풀자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만성적 인력난에 시달리는 금형 주조 용접 열처리 등 ‘뿌리산업’의 파견을 허용하는 방안이 담겼다. 정부는 파견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만성적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뿌리산업)이 살아나고 장년층 일자리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에서는 파견 대상을 확대하면 곧 파견 근로자가 양산돼 500만 명이 고용 불안에 노출된다며 파견법 개정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규직 대신에 질이 열악한 일자리만 늘어난다는 것이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정규직 채용 공고를 내도 아무도 지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파견 규제만 주장하는 건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19일 오후 4시 김동만 위원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9·15 노사정 대타협 파기를 공식 선언하기로 했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등 대화 불참 선언과 함께 구체적인 투쟁계획도 발표할 예정이다.

특히 한국노총이 이날 발표할 투쟁계획은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등 2대 지침 헌법소원(법률 투쟁) △노동개혁법 찬성 후보 상대 낙선운동(총선 투쟁) △민주노총과의 연대를 포함한 전면 총파업(조직 투쟁) 등 크게 3가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노사정위 ‘탈퇴’가 아닌 ‘불참’을 선택한 것은 향후 정부와의 대화 가능성을 계속 열어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노총은 2013년 12월(철도노조 공권력 투입)과 지난해 4월(노동개혁 협상 결렬 선언)에도 대화를 중단했지만, 노사정위 탈퇴를 선언하지는 않았다.

정부도 한국노총의 요구를 100% 수용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 당분간 노사정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노사정 대화 불참과 복귀를 반복했던 한국노총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당분간 정부와 냉각기를 거친 뒤 전격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도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노동계와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며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 뿌리산업


주조, 금형, 용접, 소성가공(塑性加工), 표면처리, 열처리 등의 공정기술을 활용해 사업을 하는 업종으로, 나무의 뿌리처럼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제품에 내재돼 제조업의 근간을 형성한다는 의미로 명명됐다. 뿌리산업 업체 수는 2만6013곳. 종사자는 42만여 명으로 전체 제조업의 11.7%를 차지한다.

정민지 jmj@donga.com·유성열 기자
#뿌리산업#중소기업#파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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