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산가족 상봉]北, 이산가족 노트북까지 샅샅이 확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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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비판 자료 없나” 신경 곤두세워… 기자단 29명의 노트북도 전수조사
취재영상 검열 시도에 송출 지연

북한은 20일 가족을 만나기 위해 금강산을 방문한 이산가족과 취재기자들의 노트북과 태블릿PC를 일일이 검사하는 등 통관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상봉 행사 취재를 위해 방북한 기자단 일부의 노트북을 검사하긴 했지만 이산가족의 전자기기까지 일일이 검사한 건 처음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를 가리키는 ‘최고 존엄’ 모독 등 북한 체제 비판에 그 어느 때보다 거칠게 반응하는 북한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 준 것이다.

상봉단은 이날 오전 10시 50분경 북한 측 출입사무소(CIQ)에 도착했다. 북한 세관원들은 이산가족 상봉단 389명을 상대로 노트북과 태블릿PC의 내용을 일일이 확인했다.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김정은과 북한 체제 비판 등 북한 관련 내용이 있는지 확인한다는 명목이었다. 이 검사는 1시간 넘게 걸려 낮 12시경에야 끝났다.

북측은 이어 기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기자단 29명의 노트북을 오후 3시까지 검사한 뒤 돌려주겠다며 전수조사를 강행했다. 북한 세관 관계자 2명은 사진기자의 노트북에 저장된 2014년 2월 이산가족 상봉 행사 사진까지 문제 삼아 삭제하기도 했다. 기자단에서 “(북한 측이) 성의가 없다”고 항의하자 북한 세관 관계자는 “(북한) 법과 원칙에 따라 하는 것”이라고 주장해 한때 분위기가 냉랭해졌다. 이 때문에 기자단은 이산가족들보다 40여 분 늦은 오후 1시 반 오찬 장소인 금강산 온정각 서관에 도착해 일정이 지연됐다.

북한은 또 오후 3시 반 단체 상봉이 시작된 뒤 취재진이 촬영한 영상을 한국으로 내보내기로 사전 합의했지만 갑자기 영상을 검열하겠다고 주장해 영상 송출이 예정보다 5시간 늦어졌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금강산=공동취재단
#남북#이산가족#이산가족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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