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잘 정제된 단일교과서 찬성” “좌우대립에 휘둘릴게 뻔해”

강홍구기자 , 김도형기자 , 노지현기자 입력 2015-10-13 03:00수정 2015-10-13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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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화 어떻게 보나’ 시민 반응
객관적 교과서 필요성 인정하지만 제대로 만들 수 있을지 불신 팽배
“국정화 지지한다” 자유민주수호연합과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 나라사랑어머니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결정을 지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결국 학생들이 공부하는 교과서를 놓고도 정치적인 문제로 다투다 이런 상황까지 온 것 아닌가요?”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이 발표된 12일 변지성 씨(32·수의사)는 “한쪽은 국정을 ‘올바른 역사 교과서’라고 주장하고 반대쪽은 벌써부터 ‘친일·유신 교과서’라고 얘기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변 씨를 비롯해 본보 기자들이 만난 일반인 50명의 반응은 이념 성향에 따라 편이 갈린 정치권과 학계, 시민사회단체들의 사생결단식 대립과는 거리가 있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는 분명히 찬반이 엇갈렸지만 정치적 지향성이 아닌 ‘객관적이고 정확한 역사교육’의 필요성을 이유로 꼽았다.

인터뷰에 응한 시민 상당수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기준으로 만들어진 역사 교과서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국정 교과서가 자칫 정권을 잡은 쪽에 교묘히 혹은 노골적으로 이용되지 않을까도 걱정했다.

○ “객관적 교과서 필요”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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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기자들은 2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5개 연령층별로 10명씩 의견을 물었다. 전체적으로 국정 교과서를 원하는 비율은 42%(21명), 검정 교과서를 원하는 비율은 58%(29명)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국정과 검정 선택 비율이 각각 2명과 8명(20대), 4명과 6명(30대), 4명과 6명(40대), 4명과 6명(50대), 7명과 3명(60대 이상)으로 나타났다. 연령이 낮을수록 검정 교과서를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했다.

하지만 찬반 의견의 배경을 단순히 정치적 성향 탓으로 분석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이숙현 씨(33·여·연구원)는 “국정 교과서에 분명히 장점이 있고 학생들이 어느 정도 객관적이고 통일된 정보를 배우길 바라지만 역사 서술은 정치적인 색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라며 국정화를 반대했다. 반대로 국정 교과서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교사 출신의 김정복 씨(65·여)는 “학생들이 잘 정제된 하나의 교과서를 보는 것에 찬성한다”면서도 “하지만 객관성을 잃은 국정 교과서는 결코 환영할 수 없다”고 조건을 달았다.

검정 교과서를 선택한 이철호 씨(56·자영업자)는 “학생들이 통일된 내용을 배웠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현실적인 여건을 감안할 때 검정 교과서를 지지한다”며 “이는 우리나라가 좌우 대립이 심하고 그 대립이 교과서를 만들 때 영향을 미칠 것이 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평범한 일반 시민들이지만 상당수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신중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 검정뿐 아니라 국정도 편향성 우려

“국정화 철회하라” 진보 성향의 시민사회단체 연대기구인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네트워크’ 회원들이 12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 결정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국정 교과서 찬반을 떠나 다양한 시각으로 서술된 현행 검정 교과서 체제를 부정적으로 보는 의견도 많았다. 한국사를 가르치는 교과서가 학교마다 다르고 결국 학생들이 서로 다른 역사를 배우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직장인 김주환 씨(31)는 “객관적으로 서술된다는 전제하에서 한 나라에서 학생들이 배우는 역사적 관점은 하나로 모아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시민들 역시 검정 교과서 도입 취지인 ‘다양성 확보’를 맹목적으로 찬성하지는 않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런 이유 때문에 상당수 시민은 국정 교과서에도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단 하나의 역사 교과서마저 편향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이다. 서울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윤현구 씨(30)는 “교과서에는 당연히 정확하고 옳은 내용만 담기는 것이 좋다. 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할 경우 무서운 것은 잘못된 내용에도 불구하고 유일하다는 이유로 국민들의 인식을 집어삼키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박철한 씨(62)도 “큰아버지가 독립운동을 했지만 보도연맹 때문에 억울하게 돌아가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권의 입맛에 맞는 교과서가 이런 역사적 사실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이 제일 걱정된다”고 했다.

이날 만난 시민들은 ‘앞으로의 근현대사 교육에서 상세하게 가르쳤으면 하는 역사적 사실’에 대해선 △대한민국 정부 수립 과정 △광복 후에도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과거사 △한반도 분단의 과정 △경제발전과 근대화의 과정 △군사독재 시대의 공과(功過) △민주화 항쟁과 외환위기 극복 등을 꼽았다.

김도형 dodo@donga.com·강홍구·노지현 기자
#단일교과서#좌우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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