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강화 등 주민 2000명 대피령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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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대북 확성기 겨냥 포격]불안감 떨치지 못하는 주민들

“소총 사격연습인 줄 알았는데, 북한에 대포를 쐈다니 다들 전쟁 나는 줄 알았어요.”

20일 오후 10시경 경기 연천군 중면 삼곶리 민방공대피소에서 만난 김귀영 씨(57)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이렇게 말했다. 이곳은 지난해 10월 10일 북한이 남측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반발하며 쏜 고사총탄 1발이 대피소 마당에 떨어지는 등 북한의 도발이 반복된 서부전선 최북단 접경지역이다. 김 씨는 “대피훈련을 하면 20분이 지나야 마을 사람들이 모이는데 오늘은 실제 상황이라는 방송을 듣고 5분 만에 주민이 모두 모였다”며 “젊은 주민들은 거동이 불편한 70, 80대 어르신을 등에 업고 대피소로 달려 왔다”고 전했다.

지하 1층 대피소에 모인 주민 60여 명은 북한 포격 뉴스 속보를 전하는 라디오에 귀를 기울였다. 어린이들만 어른들의 무거운 침묵이 부담스러운지 따로 모여 장난을 칠 뿐이었다. 주민 피영남 씨(67)는 “30년 넘게 이곳에서 살았는데 쉴 새 없이 퍼붓는 대응 사격 소리는 처음이라 너무 무서웠다”며 “북한이 48시간 안에 확성기를 치우라고 협박했다니 무슨 일이 일어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선풍기 10대만 틀어놓은 대피소 안은 창문이 없어 덥고 습했지만 일부 주민들은 집으로 가지 않고 이곳에서 잠을 청했다.

북한과 가까운 인천 강화군 교동도 주민들도 이날 가까운 초등학교나 대피소로 대피했다. 집에 남은 주민들도 TV 뉴스를 시청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주민 류춘수 씨(69)는 “교동에서 군부대 대피명령이 떨어진 것은 20여 년 만에 처음이다”며 “인사리와 지석리 주민들 대부분 고추밭에서 일하다 사이렌 소리를 듣고 급히 대피했다”고 전했다.

군은 이날 경기 연천 파주 김포와 인천 강화 지역 주민 2000여 명에게 대피명령을 내렸다. 오후 4시부터 군 대피명령에 따라 주민들은 대피시설로 향했다. 접경지 지자체들은 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주민 대피가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마을 이장들과 비상연락망 체계를 확인하는 등 분주한 오후를 보냈다. 강원 고성군 관계자는 “군부대로부터 ‘전방 주민들의 외출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주민 안전과 관련한 업무를 맡은 직원들은 퇴근하지 않고 비상 대기 중이다”라고 말했다.

연천=유원모 onemore@donga.com / 강화=차준호 / 고성=이인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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