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젊은 사람이 정치 잘 못해” 현영철, 김정은 비난 발각돼 처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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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소식통이 밝힌 ‘숙청 내막’
4월 러방문 때 무기구입 무산되자 “金의 핵무기 과시 때문” 불만 토로

“젊은 사람(김정은)이 정치를 잘 못한다….”

지난달 말에 숙청된 것으로 알려진 북한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사진)은 사석에서 이 같은 말을 했다가 밀고된 것으로 26일 전해졌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처형 직전인 4월 중순경 러시아를 방문했던 현영철은 러시아 무기의 배치를 추진했으나 무산됐다고 한다. 러시아 측이 ‘북한이 이미 첨단무기를 다수 갖고 있어 (우리의 지원이) 굳이 필요할 것 같지 않다’는 취지로 현영철의 요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후 현영철은 사석에서 실망감을 감추지 않으며 김정은에 대해 “젊은 사람이 정치를 잘 못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관영매체를 통해 북한 핵무기 위력 등을 과시하는 김정은의 방침에 대해서도 “(그렇게 하니까) 받을 수 있는 것도 러시아로부터 못 받게 됐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 같은 현영철의 발언이 상부에 보고됐고 즉각 숙청 대상에 올랐다는 설명이다. 이 소식통은 또 “현영철은 이미 요주의 인물로 당국의 감시를 받고 있는 상태였다”고 전했다. 과거 현영철이 사석에서 김정은을 겨냥해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아니라 (실전 전문성을 갖춘) 군부 인사들에게 좀 더 힘을 실어줘야 한다”며 불만을 털어놨고 이 또한 상부에 보고가 됐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최근 국회 정보위원회에 현영철이 지난달 말에 불경죄 등을 이유로 전격 처형됐다고 보고했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대북 소식통은 현영철이 ‘군벌’을 조직하려 했다는 취지의 비판적인 내용이 담긴 ‘학습제강(교재)’이 최근 북한군과 주민들에게 배포됐다고 전했다.

현영철의 모습은 기록영화 등을 통해 북한 매체에 여전히 등장하고 있어 ‘국정원 보고’를 둘러싼 여진은 남아 있다. 이에 대해 한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과거에도 김정일 시대에 숙청된 일부 인사들의 기록이 사라지는 데 몇 개월이 걸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정안 기자 j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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