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한쪽 무릎 꿇고 위로… JP, 고맙다며 눈물 흘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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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 다해 보내는 모습 감동”
朴대통령, 사촌 언니 故 박영옥 여사 빈소 방문

박근혜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가장 따랐던 친형은 셋째 상희 씨였다. 그 딸이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의 부인인 박영옥 여사다. JP는 박 대통령의 사촌 형부다. 하지만 두 사람은 정치적 애증(愛憎) 관계를 맺었다.

2007년 사생결단으로 붙었던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JP는 사촌 처제인 박 대통령 대신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다. 앞서 JP는 1997년 대선에서 ‘DJP(김대중 김종필) 연대’를 만들어 박 대통령을 영입하려 했지만 박 대통령은 거부했다. 오히려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후보 지지를 선언한 뒤 이듬해 보궐선거를 거쳐 정치권에 첫발을 내디뎠다.

JP가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아니라 박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냉랭했다는 관측이 많았다.

○ 박 대통령, JP 부부애에 감동

박 대통령은 1987년 신민주공화당 창당 당시 JP의 참여 제안을 거절했고 1996년 JP가 총재였던 자유민주연합의 공천 제의에도 응하지 않았다. 2010년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했을 때 JP는 세종시 원안을 고수한 박 대통령을 비난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23일 오후 4시 반경 박 여사의 영정에 헌화한 뒤 휠체어에 앉아 있던 JP에게 다가가 한쪽 무릎을 꿇고 “가시는 길 끝까지 정성을 다해 보살펴 주신 모습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위로했다. 내실 밖으로 나오지 않던 JP가 상주 자리까지 나온 것도 처음이었다.

이어 내실에서 JP와 장녀 예리 씨만 배석한 채 8분간 비공개 대화를 나눴다.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정진석 전 국회사무총장은 “내실에서 박 대통령이 JP의 손을 잡고 ‘건강을 잘 챙기시라’고 위로를 하니 JP가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JP는 이어 “대통령께서 와 주셔서 언니(박영옥 여사)도 참 기뻐할 거다”라고 얘기했다고 한다. 박 여사 조문을 계기로 박 대통령과 JP의 관계도 한결 부드러워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휠체어를 탄 JP는 떠나는 박 대통령을 엘리베이터 앞까지 배웅했다. 박 대통령은 “나오지 않으셔도 되는데…”라고 말하면서도 고마움을 감추지 않았다.

○ JP 상가에서 이뤄진 3김(金)의 간접 회동

DJP 연대의 위력 탓에 1997년 대선의 패배자가 됐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도 10여 분간 빈소에 머물며 JP를 위로했다. 2002년 대선에서도 JP는 이 전 총재를 지지하지 않았다.

이 전 총재는 JP에게 “(직접) 뵈니까 생각했던 것보다 아주 건강하시다. 건강에 유념하시라”는 덕담을 건넸다. JP는 “건강은 뭐 더 나빠지지도 않고 좋아지지도 않는다”며 “한참 두드려 맞고서 이 정도 사는 것도 괜찮다”고 화답했다.

이 전 총재는 빈소를 나서며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만 정치라는 것은 지나면 다 남가일몽(南柯一夢·인생의 덧없음을 말하는 고사성어)”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폐렴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김영삼 전 대통령을 대신해 조문한 차남 현철 씨는 “(아버지가) 말씀도 곧잘 하시지만 식사가 좀 불편하다”며 “찾아뵙지 못한다고 전해드리라 하셨다”고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도 이날 오후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과 함께 빈소를 찾았다. 이 여사는 “박 여사님이 덕이 좋았다”며 “저하고 몇 번 만나 뵙고, 선거 때는 같이 다니기도 했다”면서 울먹였다. JP도 “마누라가 소중한 건 생전에도 가끔 느끼곤 했지만 막상 없으니까…”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 JP “대통령 하면 뭐 하나, 다 거품 같은 것”

JP는 이날 다른 조문객들을 만난 자리에서 정치는 허업(虛業)이라고 한 이유를 부연 설명했다. 그는 “정치는 열매가 있으면 국민이 나눠 갖지 자기한테 오는 게 없으니 죽을 땐 ‘남는 게 있어야지’라고 한탄하면서 죽는 것”이라며 “정치인이 열매를 따먹겠다고 하면 교도소밖에 갈 일이 없다”고 했다. “대통령 하면 뭐 하나. 다 거품 같은 거지”라는 말도 했다.

JP는 “우스갯소리를 좀 하겠다”며 “인간이 어떻게 하면 성공한 사람이라고 하느냐, 미운 사람 죽는 것을 확인하고 죽을 때까지 아프지 않고 편안하게 숨 거두는 사람이 승자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소문난 골프 애호가인 JP는 박희태 전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는 “골프 치러 가려고 했는데 다 틀렸어…”라는 말도 했다.

홍정수 hong@donga.com·강경석 기자
#박근혜#jp#빈소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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