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차기 국회의장 ‘非朴’ 정의화 선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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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 리더십’ 황우여에 압승
27일 국회 본회의서 확정되면, 대법원장-총리 이어 입법부도 PK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19대 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정의화 의원이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총에서 황우여 의원에게 압승을 거둔 뒤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19대 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정의화 의원이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총에서 황우여 의원에게 압승을 거둔 뒤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비박(비박근혜)계 5선의 새누리당 정의화 의원(66·부산 중-동)이 19대 국회 후반기 2년을 이끌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됐다. 정 의원은 23일 국회의장 및 부의장 후보자 선출을 위한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147표 가운데 101표(68.7%)를 얻어 46표에 그친 황우여 전 대표를 큰 표차로 눌렀다. 여당 몫 국회부의장 후보에는 4선의 친박계 정갑윤 의원(64·울산 중구)이 선출됐다.

국회의장은 관례상 다수당의 추천 후보를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를 통해 선출한다. 정 의원이 27일 본회의에서 차기 국회의장으로 확정되면 부산 출신 양승태 대법원장, 경남 함안 출신인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 등 입법 사법 행정부 수뇌부가 모두 부산·경남(PK) 출신으로 채워지는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 의원이 예상외의 압승을 거두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황 전 대표 측은 친박(친박근혜)계의 지원을 등에 업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래서 황 전 대표의 패배가 친박계에 대한 심판으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반론도 많다. 황 전 대표가 국회선진화법을 옹호하고 인천시장 출마를 거부하면서 친박계 주류와 껄끄러운 사이가 된 만큼 청와대나 친박계 주류가 지원 의사를 철회했다는 것이다. 김영우 의원은 “침묵하던 다수 의원이 경선을 통해 변화를 바라는 정서를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당내에선 황 전 대표 2년 체제에 대한 엄중한 평가라고 보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황 전 대표가 있었던 지난 2년간 집권여당을 책임지고 이끌지 못한 리더십에 대한 당내 비판이 작용했다는 것. 한 초선 의원은 “정 의원이 정견 발표를 통해 황 전 대표의 ‘책임도 결정도 없는 리더십’을 비판했는데 여기에 공감하는 의원이 많았다”고 했다.

황 전 대표가 국회선진화법을 주도했다는 것도 패인으로 꼽힌다. 국회법이 개정되면서 ‘폭력국회’는 사라졌지만 야당의 협조 없이는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하는 ‘무기력 국회’가 돼 버렸다는 인식이 의원들 사이에 팽배하다. 반대로 정 의원은 18대 후반기 국회부의장 시절 국회선진화법에 줄곧 반대 의견을 고수해왔다. 황 전 대표가 경선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여권 내 국회선진화법 개정 논의가 더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 의원의 집요한 득표 노력도 주효했다는 분석이 있다. 2012년 6월 전반기 국회의장 경선에서 강창희 전 의장에게 패한 뒤 2년간 정 의원은 다수의 의원을 여러 차례 만나며 표밭을 다져왔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국회의장#정의화#황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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