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北 선전공세 할수록 대남도발 철저 대비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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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떠나기 직전 강경 대북메시지

박근혜 대통령은 18일 인도를 떠나 스위스로 가기 직전 작심한 듯 강경한 대북(對北) 메시지를 던졌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 등 외교안보관계 당국자들에게 “북한이 선전 공세를 할 때일수록 더욱 대남도발에 철저히 대비하는 철통같은 안보태세를 갖추라”고 지시한 것. 남북 간 상호 비방과 한미 군사연습 등 군사적 적대행위를 중지하자는 북한의 이른바 ‘중대제안’에 대해서는 위장평화 공세라고 규정했다.

또 박 대통령은 “우리가 제안한 이산가족 상봉 제안에 응하지 않으면서 선전 공세만 하는 것은 극히 위험한 일”이라며 “북한이 진정 남북대화와 평화를 원한다면 비핵화를 위한 실천적 행동 등 진정성 있는 태도부터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19일 북한은 “중대제안을 먼저 실행하겠다”는 평화공세와 함께 한국 정부를 비난, 비방해 남남갈등을 유도하는 이중적 선전공세를 본격화했다. 대남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남조선 인민과 해외동포들은 제안을 찬양하는데 유독 남조선 당국자들만이 우리의 제안에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청와대의 전반적인 기류는 북한이 진정성 있는 남북관계 개선 조치는 취하지 않으면서 평화공세를 취하는 모습을 보며 “느낌이 좋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외국 순방 기간이지만 혹시 있을지 모를 대남 도발에 대비해 대북 강경 메시지를 발표하도록 직접 지시한 것. 북한이 평화공세를 통해 남남갈등을 부추기고 국제적 우호 여론을 조성하려는 것에 쐐기를 박기 위해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위스 방문을 앞두고 북한에 강경 메시지를 던진 것도 의미심장하다. 스위스는 1995년부터 서방국가로는 처음으로 스위스개발협력청(SDC)을 통해 대북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SDC는 1997년 평양에 사무소를 개설하기도 했다. 지난해 스위스의 대북 지원 규모는 725만 스위스프랑(약 85억 원)에 이른다. 스위스는 올해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의장국이기도 하다. 상대적으로 북한 지원에 적극적인 스위스에서 북한의 술수를 알리고 진정성 있는 변화를 촉구함으로써 국제 사회의 여론을 주도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구상도 대북 강경 메시지에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이 19일 스위스 방문 이후 첫 일정으로 스위스-한국협회 장자크 요스 회장 등 친한 인사 6명을 접견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스위스-한국협회는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중립국감독위원회 파견 근무자들이 주축이 돼 설립된 단체다.

베른=이재명 egija@donga.com / 윤완준 기자
#박근혜 대통령#대남도발#북한#대북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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