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죽지 말자”는 민주, 대정부 투쟁방향 고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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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 다음날 여야 표정

10·30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한 민주당 지도부는 겉으로는 태연한 듯하지만 속은 답답하기만 하다. 전병헌 원내대표(왼쪽)가 31일 ‘24시 비상국회 운영본부’ 회의에서 당 정책위 부의장인 윤관석 의원(가운데)과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오른쪽은 국회부의장인 박병석 의원. 이훈구 기자ufo@donga.com
10·30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한 민주당 지도부는 겉으로는 태연한 듯하지만 속은 답답하기만 하다. 전병헌 원내대표(왼쪽)가 31일 ‘24시 비상국회 운영본부’ 회의에서 당 정책위 부의장인 윤관석 의원(가운데)과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오른쪽은 국회부의장인 박병석 의원. 이훈구 기자ufo@donga.com
10·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다음 날인 31일 새누리당은 ‘겸손 모드’를 취했다. 집권여당이 재·보선에서 연승한 것은 김영삼 정부 초인 1993년 이후 20년 만인 만큼 승리를 자축할 만도 하지만 민생 등을 강조하며 조심스러운 자세를 보인 것이다.

이날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겸허’ ‘겸손’ ‘민생’ 등의 단어가 쏟아져 나왔다. 황우여 대표는 이날 본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오늘은 (지방선거 등) 이것저것 얘기하지 않고 재·보선에 초점을 맞춰 ‘민생’의 중요성을 얘기하기로 했다”면서 “여당도 (승리했지만) 민심에 대해 겸허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이번에 표출된 민심은 여당도 삐끗하면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라며 “대선 당시 약속한 지방 공약을 세심하게 챙기면서 조용히 지방선거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핵심 당직자도 통화에서 “우리에게 이번 승리가 독(毒)이 될 수 있다”면서 “공약을 지키지 못하면 지방선거에서 공약으로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경기 화성갑에서 당선된 서청원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내 역할과 관련해 “좀 시간이 필요하다. 여러 생각을 많이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자신의 역할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심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당내에선 7선 의원이자 친박 원로인 서 의원에 대해 차기당권설 또는 국회의장설 등이 거론되고 있다.

반면 민주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겸허하게 선거 결과를 수용하자”, “선거에서 교훈을 얻자”면서도 “너무 기죽지는 말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당초 두 선거구 모두 새누리당의 텃밭이어서 기대를 하지 않았던 만큼 화성갑에서 득표율 33.5%포인트 차의 ‘참패’를 당한 것에 너무 충격을 받지는 말자는 얘기였다고 한다. 한 고위 당직자는 “선거 전 자체 여론조사 결과 40%포인트가량 지는 것으로 나왔는데 예상대로 나왔다”며 애써 자위하기도 했다.

당 지도부는 대정부 투쟁 방향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자칫 구체적인 투쟁 방식이 없다면 ‘선거 패배로 민주당이 무기력해졌다’는 소리를 들을 우려가 크기 때문에 김한길 대표는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에는 재·보선 패배 원인 분석을 지시했다.

그러나 5·4 전당대회에서 “(선거에서) 이기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김 대표로서는 첫 선거 패배가 적지 않은 부담이다. 화성갑에 손학규 전 대표를 공천하지 못한 당 지도부에 대한 비판론도 나온다. 당내에선 ‘정쟁보다는 민생’을 내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어가는 분위기다.

한편 새누리당 최경환,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 등 여야 원내지도부는 선거 당일 만찬 회동을 갖고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등 주요 현안과 국정감사 이후 예산안 및 법안 처리 등을 놓고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고 한다. 전 원내대표는 통화에서 “아직 무르익은 건 없다”며 “서로 입장에 대해 간만 본 거다. 뭔가 합의를 하기에는 좀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고성호 sungho@donga.com·민동용 기자
#새누리당#민주당#재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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