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찬양글 노동신문 실려 잘해줄것 같아 월북”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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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서 돌려보낸 월북자 6명 조사… “생활고-건강악화로 밀입북 선택
최대 45개월 수용소서 조사받아”

북한이 남한으로 돌려보낸 월북자 6명은 사이버 종북 활동을 하거나 생활고 가정불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북한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으로 밀입북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국가정보원과 검찰은 25일 판문점에서 이들 6명을 인계받자마자 체포영장 및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고 27일 구속영장을 청구해 이들의 밀입북 경위와 북한에서의 행적 등에 대한 조사를 강도 높게 진행하고 있다. 공안당국은 이들로부터 노트북PC와 휴대전화, 미국 달러를 비롯해 모두 96점의 압수물을 확보했다. 6명 중 일부는 결핵을 앓고 있거나 설사 등 건강쇠약 증세를 보이고 있지만 대부분 조사에 순순히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북자 중 한 명은 사이버상에서 북한을 찬양하는 글을 쓰다가 자신의 필명이 노동신문에 소개되는 것을 보고 ‘입북하면 북한이 잘해 줄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 북한으로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대부분은 건강 악화 및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북한에 가면 잘살 수 있고 아픈 몸도 요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동경심을 갖고 월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2009∼2012년 압록강과 두만강의 얼음판을 넘거나 중국 유람선에서 뛰어내려 도강하는 방식으로 밀입국했다고 조사 관계자가 전했다.

이들은 이후 북한 온성과 회령, 신의주, 원산 지역 수용소에 분산 수용돼 최소 14개월에서 최대 45개월 동안 조사를 받다가 송환을 앞두고 모두 원산수용소로 집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용소에서는 장기간 독방생활을 했고 단 한 차례도 외출이 허용되지 않았으며 신장결석 같은 병의 치료를 요구해도 거부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가 없어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해 체중이 40kg도 안 된다”며 북한에 대한 실망과 배신감을 토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함께 월북했던 부인을 2011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모 씨(65)는 “원산초대소에 체류하던 중 동반자살을 하려고 처를 목 졸라 죽이고 나도 죽으려고 자해했으나 실패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북한 찬양글#월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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