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포로 유해 봉환 도왔던 北주민… 보위부에 발각돼 탈북, 생사 기로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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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딸 데리고 北-中접경지대 은신… 구원 손길 안 닿으면 강제북송 우려

북한에서 국군포로 손동식 씨의 유해를 발굴해 한국으로 봉환하도록 도왔던 북한 주민이 북한 당국에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탈북해 현재 북-중 접경지역에 머무르며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지만 강제북송의 위험에 처해 있는 상태다.

손 씨 유해는 정부의 도움 없이 민간의 힘만으로 온전히 반출돼 봉환된 첫 사례다.

▶본보 7일자 A1면 [단독]“고국에 묻어달라” 국군포로 유언 받들다
▶본보 7일자 A2면 알고도 보도할수 없었던 ‘유해 봉환’ 국군포로 당당히 모셔올 길 언제쯤…

유골이 안장돼 있던 북한 무산군 주민 박모 씨(47)가 올 초 ‘브로커’에게 부탁을 받고 유골을 수습한 뒤 북-중 접경지역에서 넘겨주는 역할을 담당했다. 하지만 국군포로의 무덤이 파헤쳐진 것을 안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에서 주민 색출에 나섰고 생명의 위협을 느낀 박 씨는 유골과 함께 부인 이모 씨(46)와 딸(21)을 데리고 지난달 탈북했다. 이후 유골을 브로커에게 넘기고 자신들의 안전도 부탁하려 했지만 브로커와 연락이 끊어져 기댈 곳이 없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 가족은 현재 북-중 접경지역의 산골에 은신해 있다. 추운 겨울이 다가오고 있는 데다 중국 당국에 적발될 위험이 높아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박 씨 가족은 탈북자지원단체에 보낸 편지에서 “우리는 붙잡히면 북한에 끌려가 정치범수용소로 가게 된다”며 “꼭 (한국에 갈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중국 내 탈북자에 대해 한국 정부의 기본 방침은 ‘중국 주재 한국 공관까지 북한 주민이 찾아오면 도울 수 있지만 한국 외교관을 은신처로 보내서 데려올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의 국내법에 따르면 ‘비법월경죄’를 저지른 범법자인 탈북자를 구출하기 위해 한국 외교관이 직접 접촉을 시도하면 외교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박 씨 가족이 안전하게 한국으로 올 수 있는 다른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탈북자 문제가 잇따르자 8월부터 전담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해 강제북송 등에 대응하고 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국군포로 유해#보위부#강제송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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