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화 급물살]패키지딜 난제 첩첩… 부담 적은 이산상봉부터 속도 낼듯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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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년만의 장관급회담 전망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6일 남북 장관급회담을 갖자고 북한에 제의하면서 “7일부터 판문점 연락사무소 등 남북 연락채널을 재개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에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7일 오전 “9일 개성에서 실무접촉을 갖자”며 “14시(오후 2시)부터 판문점 적십자 연락통로를 가동시킬 테니 그것을 통해 남측의 대답을 달라”고 했다.

그러나 통일부는 ‘판문점 채널을 통해 우리가 먼저 연락하지 않는다’는 내부방침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3월 북한이 키리졸브(KR) 한미연합군사연습에 반발해 통신선을 차단한 만큼 ‘끊은 쪽에서 먼저 연결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오후 2시경 북한이 통신을 재개한다는 연락을 먼저 취했고 이에 한국 정부는 곧바로 전화통지문을 발송했다.

한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먼저 연락해오지 않았다면 통일부 처지가 난처해졌을 것”이라며 “남북 간에 이런 민감한 기(氣)싸움과 샅바싸움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6년 만의 장관급회담, 6일 만에 준비해야


일정과 의제, 대표단 구성 등 세부적인 준비로 들어가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한국 정부가 제안한 대로 12일 장관급회담을 열려면 모든 준비를 6일 만에 끝내야 한다. 이명박 정부 때 한 번도 열리지 않은 남북 장관급회담은 2007년 5월 21차 회담(서울)이 마지막이었다. 6년의 공백이 큰 만큼 통일부는 6일부터 남북회담본부에 태스크포스(TF)팀을 가동하고 분야별로 회담전략 마련에 착수했다. 회담본부는 회담 1과(정치군사), 2과(경제), 3과(사회문화)로 나눠져 있다.

북한이 6일 제의한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이산가족 상봉 △6·15선언, 7·4성명 공동행사를 모두 장관급회담에서 다루려면 회담 1∼3과가 총출동해야 한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제안한 의제가 포괄적이기 때문에 회담의 격(格)을 장관급으로 높여서 제의했던 것”이라며 모든 의제가 한꺼번에 다뤄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의제도 수월한 게 없다. 개성공단은 원·부자재와 완제품 반출이 당면 과제지만 가동중단 재발방지와 국제화를 위한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 금강산관광도 몰수·동결된 남측 자산의 원상복구와 관광객 신변안전 보장에 관한 숙제가 남아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중단됐던 6·15선언 기념행사를 어떤 급으로 재개할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7·4성명 남북 공동행사는 참고할 전례조차 없다. 이 때문에 정치적 부담이 적은 이산가족 상봉부터 논의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대표단 구성이 장관급 격에 맞게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북한은 지금까지 대남담당 장관급인 통일전선부장 대신 내각참사나 책임참사를 회담 대표로 보내왔다. 중앙부처 국장급에 불과한 참사를 장관급회담 대표로 내보낸 것은 모욕적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 의제 못지않게 민감한 의전 준비

북한이 회담 일시와 장소를 남측에 일임한 만큼 6일 한국 정부가 제안한 서울이 회담장소로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 개최가 결정되면 곧바로 대표단이 묵게 될 숙소를 정해야한다.

대표단 숙소는 회담장을 겸해야 하기 때문에 서울시내 특급호텔이 주로 사용돼 왔다. 역대로 통일부가 선호하는 숙소는 서울 광진구 광장동에 있는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이다. 아차산을 등지고 있고 출입구가 1개밖에 없어 경호하기가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 도심과 떨어져 동선이 긴 데다 영문 이름을 북한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인천공항과 가깝고 내부순환도로로 연결돼 있는 서대문구 홍은동의 그랜드힐튼 호텔도 숙소로 자주 이용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2009년 서울에 온 북한 조문단도 이 호텔에 묵었다.

숙소에는 남북을 연결하는 직통선도 가설돼야 한다. 남북은 회담이 어느 쪽에서 열리든 서울∼평양 직통선을 통해 24시간 훈령(訓令)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상호 통신선 구축을 협조해 왔다.

북한 대표단의 박근혜 대통령 예방과 시내 관광 일정 등도 짜야 한다. 이 모든 게 회담 전략과 맞물려 유기적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준비가 만만치 않다. 노무현 정부 때는 보수단체가 서울에 갓 도착한 북한 대표단 차량을 올림픽대로에서 가로막고 ‘김정일은 각성하라’는 플래카드를 펼치며 반북시위를 벌이는 바람에 동선노출로 인한 경호 문제가 불거진 적이 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장관급회담#박근혜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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