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2012 1차 TV토론]“朴 차분했지만 순발력 부족” “文 점잖았지만 이정희에 묻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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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 10인의 평가

동아일보 전문가 패널들은 4일 대선후보 1차 TV토론회에 대해 대부분 ‘대선후보들의 생각과 차이를 제대로 확인하기 힘든 맥 빠진 토론이었다’고 혹평했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공격적으로 나가면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순발력 부족이란 한계를 드러냈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박근혜-이정희’란 대립 구도 속에서 존재감을 잃어 지지율 반등의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1차 TV토론회는 박, 문 후보 모두에게 득이 되지 않는 토론이었다”며 “이후 토론회에 대한 기대감까지 사라지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모두가 패배한 토론이었다”고 평가했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후보들이 각자 하고 싶은 말만 하다 보니 논점이 흐려지고 동문서답식 답변이 많았다”며 “상대방에 대한 네거티브가 주를 이루면서 정책토론회가 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 순발력 떨어진 박 후보

전문가 패널들은 박 후보가 이 후보에게 시종 공격을 받는 상황에서 차분하게 대응하긴 했지만 순발력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윤재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박 후보는 자신의 생각을 능숙하게 얘기하는 기술이 부족했다”며 “토론에 익숙하지 않은 한계를 드러냈다”고 말했다. 이미영 유어커뮤니케이션컨설팅 원장은 “차분하게 대응한 것은 좋았지만 역동성과 에너지가 약했다”고 평가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박 후보가 북한 문제와 관련해 가장 먼저 ‘미사일 발사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했는데 이는 남북대화의 전제 조건이 없다는 말과 모순이 될 수 있다”며 “강경과 포용 사이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박 후보가 가장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는 답변으로 담백한 인상을 줬다”고, 황지환 서울시립대 교수는 “박 후보가 ‘진짜 평화, 가짜 평화’라는 프레임으로 자신의 대북관을 차별성 있게 설명했다”고 평가했다.

○ 존재감 사라진 문 후보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이번 토론회에서 문 후보가 가장 당황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 후보가 박 후보를 향해 워낙 강하게 나오면서 문 후보의 존재감이 사라져버렸다”고 진단했다. 이어 “안철수 전 후보의 사퇴 이후 지지율 정체를 빚고 있는 문 후보가 TV토론회를 반등의 기회로 삼았어야 했는데 자신의 색깔이 전혀 부각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배종찬 본부장은 “문 후보가 가장 잘못한 점은 이 후보가 ‘삼성장학생이 노무현 정부 집권 초기부터 장악했다’고 공격했을 때 이 후보와 각을 세우지 않은 것”이라며 “TV토론은 무당층 3∼7%를 겨냥한 것인데, 문 후보가 이 후보와 각을 세웠다면 이들이 움직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미영 원장은 “문 후보는 토론 상대를 배려하는 신사적 매너를 보였지만 약간 어눌한 느낌과 원고에 의존한다는 인상을 줬다”며 “날카로움을 보여주지 못함으로써 토론회 내내 존재감이 미미했다”고 평가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박 후보는 민생과 관련해, 문 후보는 정치 변화와 관련해 자신의 어젠다를 던졌다”며 “박 후보는 큰 틀에서(어젠다를 던졌고), 문 후보는 디테일한 제안이 많았다”고 말했다.

○ 이정희 변수 떠오르나


정윤재 교수는 “안철수 변수가 사라진 대선에서 ‘이정희 변수’가 생길 가능성을 만들었다는 게 이번 토론회의 가장 큰 의미”라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앞으로 이정희 변수가 박 후보의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문 후보의 표를 갈라놓는 방향으로 작동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서보혁 서울대 교수도 “이 후보의 공격적 질문에 박 후보가 차분하게 자기주장을 밝히면서 보수층의 결집을 유도한 반면 문 후보는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조진만 교수도 “이 후보가 박 후보와 토론할 때와 문 후보와 얘기할 때는 목소리의 톤 자체가 달랐다”며 “이는 오히려 보수층의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황지환 서울시립대 교수는 “이 후보가 문 후보에게 불리할 수 있는 외교안보 이슈에 대해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질문을 던짐으로써 간접적으로 문 후보를 도와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양무진 교수는 “이 후보가 박 후보를 비판할 때 대안을 함께 제시했어야 했다”며 “대안 없는 비판은 그저 비난이라는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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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고성호·이남희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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