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2012 대선 D-30]단일화 파행 봉합 득실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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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다 내주며 얻는 승부수… 주도권 잡아”
“安, 文이 못한 쇄신 끌어내… 리더십 부각”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게 민주당의 쇄신을 요구한 상황에서 직간접적으로 쇄신 대상으로 지목됐던 이해찬 대표가 18일 전격 사퇴했다. 문 후보가 단일화 방식을 “안 후보에게 맡기겠다”며 공을 안 캠프로 넘겼지만 두 후보는 이날 저녁 회동에서 단일화 방식을 협상팀에서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두 진영은 단일화 협상 중단과 재개 과정에서의 득실 계산에 분주하다.

○ 文 측 “다 내주며 얻는 문재인 스타일로 주도권”

문 후보는 ‘다 내주는 스타일’을 보여주며 특유의 승부사적 기질을 다시 발휘했다. 민주당은 문 후보의 ‘통 큰 면모’가 다시 부각돼 단일화 승리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 후보가 이날 회견에서 단일화 방식을 안 후보에게 맡기겠다고 하자 광주의 한 식당에서 TV를 보던 시민들 사이에 “우아” 하는 놀람의 감탄사와 함께 “게임 끝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문 캠프 관계자는 “안 후보는 ‘제2의 광주선언’을 시도했지만 민주당 지도부 총사퇴와 문 후보의 제안으로 허를 찔려 원하는 효과를 얻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5일 광주에서 ‘단일화 회동’을 전격 제안하면서 단일화 협상의 주도권을 쥔 것으로 평가받은 바 있다. 이처럼 제1의 광주선언에선 안 후보가 짭짤한 재미를 봤지만 제2의 광주선언에선 문 후보의 선공(先攻)에 밀린 모양새가 됐다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1일 문 캠프의 새정치위원회가 이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했음에도 문 후보가 인적쇄신 요구에 명쾌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미적거리다가 안 후보가 협상 재개 조건으로 민주당의 혁신을 최후통첩으로 내건 뒤에야 수용하는 모양새를 띤 것은 문 후보 리더십의 문제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 安 측 “민주당 쇄신 이끌어낸 안철수 리더십”

안 후보 측에선 “문 후보가 못한 민주당 혁신의 해결점을 찾은 안 후보의 리더십을 평가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안 후보가 민주당의 인적쇄신을 구체적으로 요구하진 않았지만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이 “문 후보 측 새정치위원회에서 제기한 문제를 복기해야 한다”며 안 후보가 강조한 민주당 혁신에 인적쇄신이 포함돼 있음을 분명히 했고, 이 대표의 퇴진으로 가시화된 친노(친노무현) 계파정치 청산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두 후보의 회동에서 최종 합의한 새정치공동선언도 안 후보가 제기한 정치개혁안으로 대부분 채워졌다. 안 후보가 정치쇄신에 온 힘을 쏟았다는 점에서 안 후보가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왔다. 두 후보가 이날 회동에서 합의한 △새정치공동선언은 개혁의 시작 △단일화 방식은 협상팀에서 논의 △정권교체와 대선승리를 위해 힘 합치기도 안 후보의 견해가 많이 반영됐다. 그럼에도 문 후보 측에선 그만큼 문 후보가 많이 양보한 결과라며 밝은 분위기를 보였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집권은 반대하지만 민주당도 별다른 대안을 보여주지 못한 낡은 정치세력이라고 비판해온 무당파와 중도층의 결집력을 높여 단일화로 인한 지지율 시너지 효과를 보장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안 캠프 내에서는 본래 취지처럼 정당의 낡은 관행과 구조의 문제를 분명히 지적하되 민주당은 존중한다는 인상을 심어주지 못한 점은 실수라는 평가가 많다. 문 캠프 관계자들의 발언을 일일이 문제 삼은 탓에 단일화 협상 중단이 정치쇄신이라는 대의보다 단일화를 위한 감정싸움으로 비쳤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윤완준·장원재 기자 zeitung@donga.com
#문재인#안철수#단일화#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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