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보육에만 年7조… 화려한 복지공약, 재원대책은 빈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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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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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朴-文-安, 필요한 돈 얼마인지조차 아직 물음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11일 동시에 공약집을 발표함에 따라 주요 대선후보의 복지, 경제정책의 전체적 윤곽이 드러났다. 하지만 이 공약들을 실현하기 위해 얼마가 필요한지 보여주는 재정추계(推計) 부분은 여전히 ‘빈 칸’으로 남아 있다. 후보들은 이 부분에 대해 “조금 더 기다려주면 좋겠다” “단일화 과정이 남아 있어 아직 밝히기 어렵다”며 말끝을 흐리고 있다.

공약을 현실화하는 데 필요한 돈이 얼마인지 명확히 밝히지 않을 뿐 아니라 그 돈을 조달할 방법에 대해서는 더 ‘뜬 구름 잡기 식’ 설명만 있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태가 선거 직전까지 계속된다면 유권자들은 각 후보의 ‘진짜 실현가능한 공약’이 무엇인지 전혀 모른 채 투표장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 자기 공약 재정추계도 못 해


각 당이 복지공약에 투입되는 비용을 산출한 가장 최근 시점은 4·11총선을 앞둔 올 2∼3월. 당시 새누리당은 자신들의 복지 교육 의료 공약들을 실현하려면 5년간 75조3000억 원, 민주당은 164조7000억 원이 필요하다고 각각 밝혔다.

총선이 끝나고 대선후보 경선을 거쳐 각 후보가 공약집을 새로 내놨지만 이 수치는 8개월 동안 전혀 ‘업데이트’되지 않았다. 안 후보 역시 저서 ‘안철수의 생각’에서 기초적인 ‘보편적 증세’ 의견을 밝힌 것 외에 별다른 재정추계나 재원마련 대책을 공개하지 않았다.

재정 전문가들은 대선주자들이 치열한 복지 경쟁과 ‘상대 공약 베끼기’에 나서면서 필요한 ‘돈의 단위’가 총선 때보다 훨씬 더 커졌을 것으로 추산한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총선 때까지만 해도 부정적이었던 반값등록금 공약을 뒤늦게 들고 나온 것, 문 후보가 최근 ‘의료비 100만 원 상한제’ 공약을 새로 꺼내든 것 등이 그 사례다. 이런 점 때문에 한국경제연구원은 8월에 낸 보고서에서 “복지공약 소요 비용은 새누리당이 5년간 270조 원, 민주당이 571조 원으로 각 당이 발표한 것보다 훨씬 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후보들의 개별 공약에 대한 정부나 전문가들의 분석을 보면 연간 수조 원이 더 필요한 공약이 부지기수다. 세 후보가 모두 약속한 ‘0∼5세 무상보육’은 연간 약 7조 원, ‘기초노령연금 인상’은 3조∼4조 원의 정부예산이 추가로 필요하다. ‘반값등록금’은 후보별 세부 공약에 따라 2조∼5조 원, ‘고교무상교육’은 연 2조 원의 국가재정이 더 들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각 당의 무상의료 공약은 정확한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추계가 어렵지만 보험료가 올라가든, 국고지원액이 늘어나든 비용이 수반되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문 후보의 의료비 상한제는 연간 10조 원이 더 들 것이라는 계산이 건강보험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필요한 전체 복지재원은 문 후보가 가장 많고 안 후보는 문 후보와 박 후보의 중간 정도 되는 것 같다”면서 “지금은 ‘어떤 지출을 줄여 어떤 부분은 꼭 하겠다’는 식의 진솔한 호소가 필요한 시점인데 세 후보 모두 그런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 재원 대책은 더 빈약

상황이 이렇다보니 재원 마련 대책도 빈약할 수밖에 없다. 일부 후보 캠프 관계자들이 부분적으로 증세(增稅)를 언급했지만 수백조 원의 공약이행 비용을 뒷받침하기에는 여전히 태부족이다. 누가 집권하더라도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박 후보는 불필요한 정부 지출을 줄여 60%를 충당하고 40%는 비과세·감면 축소,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와 안 후보 측도 조세감면의 정비를 통한 재원 마련을 언급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를 통해 실제 얻을 수 있는 추가 재원은 극히 미미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올해 조세지출액(세금감면액) 27조7000억 원 중 대기업에 가는 혜택은 4조6000억 원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근로자, 농어민,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에게 돌아간다. 재정부 당국자는 “말로는 다들 비과세·감면 정비를 약속하지만 실제로 뜯어보기 시작하면 손댈 만한 게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세 논의 역시 실제 세수(稅收)를 대폭 늘릴 만한 대책으로 마땅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소득·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을 공약하고 있지만 이를 통해 늘어날 재원은 자체 추산으로도 최대 연 5조 원에 불과하다. 안 후보가 최근 내놓은 ‘간이과세 확대’ 공약은 세원(稅源)의 투명성을 약화시켜 오히려 세수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본인이 약속한 ‘보편적 증세’와도 상반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무상보육#복지공약#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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