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측 “단일화, 어떤 방식이 되든 상관 없어”… 安측 “급하다고 바늘허리에 실 맬순 없어”

  • 동아일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측이 31일 야권후보 단일화 방식과 관련해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며 치고 나섰다. 속으로는 국민참여경선을 선호하지만 무소속 안철수 후보를 단일화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 ‘여론조사 방식도 상관없다’는 양동작전을 구사한 것이다. 그러나 안 후보 측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새로운 정치 대 기득권 정치’ 프레임의 고착화를 꾀했다.

○ 문 “매달리면 진다”

문 후보 측 우상호 공보단장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안 후보 측에 “조건 없이 대화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민주당에 유리한 방식을 고집할 생각이 없다. 새로운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며 “여론조사경선만으로 한다고 해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 측이 선호하는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도 수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 같은 방향 전환은 단일화 이슈를 전면에 내세워 판을 흔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우린 모든 것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적극적이고 희생적인 태도를 취해 ‘매달린다’는 인상을 떨치는 동시에 ‘안 후보가 소극적이어서 자칫 대선이 3자구도로 치러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띄워 지지층의 마음을 돌려놓겠다는 전략이다.

이낙연 공동선거대책위원장도 이날 충북도당에서 열린 중앙선대위원장 연석회의에서 “후보 등록기간이 25, 26일이기 때문에 24일까지는 단일화를 해야 한다”며 “안 후보 측은 ‘후보등록 이후에도 괜찮다’고 했다는데 이는 국민을 지나치게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가세했다. 문 후보 측이 단일화 데드라인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이 위원장은 “단일화에 대한 국민의 마음이 조급하다”며 거듭 ‘국민’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내부적으로 ‘여론조사만을 통한 단일화’에 대비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없어 경선을 하기 어렵다’는 현실론에 입각한 ‘플랜B’다. 최근 문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 추세로 돌아선 것도 강공 선회에 한몫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문 후보 측의 바람은 국민참여경선을 통한 단일화다. 캠프 핵심 관계자는 “여론조사만의 단일화가 민의를 충분히 반영하고 양측 지지자들을 통합할 수 있는 방식이냐는 데 이견이 많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도 괜찮다는 식의 말은 했지만 진짜 속내는 경선 쪽에 있는 것이다.

○ 안, “서두르면 진다”

안 후보 측은 단일화 논의를 최대한 늦추겠다는 태도다. 두 후보 간 대결을 계속 ‘새 정치 대 기득권 정치’로 몰아붙여 단일화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안 후보는 이날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넥스트 소사이어티 2013’ 포럼 축사에서도 “모든 것은 정치개혁에서부터 시작한다.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가는 첫 번째 단추를 풀기 위한 것이 바로 정치개혁”이라며 “정치권이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물론이고 시민사회의 압박까지 더해지고 있지만 안 후보는 이미 “11월 10일까지 정책안을 내놓기로 했다. 그 약속에 먼저 충실해야 한다”며 방어벽을 쳐놓은 상태다. 10일까지는 단일화 협상에 나설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안 후보 측은 ‘서두르면 진다’는 인식이 강하다. 단일후보직을 놓고 두 후보 측의 신경전이 길어질 경우 안 후보의 구호인 ‘새 정치’가 기성 정치와 차별화될 수 없을 것이란 점도 걱정하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우리의 목표는 단일화가 아니라 정권교체와 정치쇄신”이라고 말했다. 정권교체와 정치쇄신을 동시에 바라는 유권자의 뜻이 안 후보 쪽으로 쏠리게 하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송호창 공동선거대책본부장도 평화방송에서 “시간이 급하다고 바늘허리에 실을 매 바느질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니다”며 “시기와 방법이 아니라 내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 후보 주변에선 단일화 논의를 최대한 늦춘 뒤 후보 간 담판이나 여론조사로 단일후보를 결정하자고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많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문재인-인철수 딘일화#기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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