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아들 시형 씨가 내곡동 사저 터 특검에 소환된 25일 아무런 공식 일정을 잡지 않았다. 전날에 이어 이틀째다. “임기 마지막 날까지 일하겠다”던 이 대통령으로선 이례적이다.
청와대는 “여러 비공식 일정이 잡혀 있다”고 밝혔지만 그만큼 아들을 특검에 보내는 아버지의 노심초사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많다. 이 대통령이 다음 달 라오스에서 열리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참석 계획을 이날 돌연 취소한 것도 이런 심경과 무관치는 않아 보인다. 청와대 참모들은 예정대로 참석을 강권했지만 이 대통령은 “(임기 말이고 해서) 내가 갈 곳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1남 3녀를 둔 이 대통령은 종종 주변에 늦둥이인 시형 씨에 대해 애틋하면서도 복잡한 심정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모는 “대통령 부부는 시형 씨가 미국 줄리아드음악원과 이화여대 미대 등을 졸업한 누나들에 비해 다소 주눅 들어 살아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시형 씨가 논란의 도마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시형 씨는 2002년 7월 당시 서울시장이던 이 대통령이 주최한 거스 히딩크 국가대표팀 감독의 명예 서울시민증 수여 행사장에서 반바지와 슬리퍼 차림으로 히딩크 감독과 기념촬영을 해 비난 여론에 휩싸인 적이 있다. 시형 씨는 연세대 원주캠퍼스에 입학했다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로 유학을 떠나 경영학을 전공했다. 2008년 7월 이 대통령의 사돈 회사인 한국타이어에 인턴사원으로 입사해 같은 해 11월부터 국제영업부문 중동아태팀 정식사원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2010년엔 이 대통령의 큰형인 이상은 회장이 운영하는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다스 서울서무소에 과장으로 입사한 뒤 지난해 본사인 경주로 옮겨 차장-부장-이사로 승진했다. 시형 씨는 미혼이다. 대통령 친인척 담당 감찰팀 주변에서는 시형 씨가 이 대통령 임기 기간 별다른 물의를 일으키지 않고 지내왔다는 평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특검 수사는 부동산 매매라는 ‘개인 영역’에 관한 것인 만큼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논평할 대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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