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말 靑 군기잡기 나선 MB, 천영우 수석에 ‘호통 불벼락’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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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대통령 ‘국장 영접’… 천영우 수석에 ‘호통 불벼락’

“오늘 국빈 방문하는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의 공항 영접은 누가 나가나?”

8일 오전 청와대 집현실. 이명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자마자 천영우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에게 대뜸 이렇게 물었다. 전날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 결과를 발표한 천 수석을 격려할 것이라는 예상과 다른 질문이었다.

천 수석이 “외교통상부 담당 국장(남아시아태평양국장)이 나갈 것”이라고 답변하자 이 대통령은 “미얀마가 그렇게 만만해 보이나? 일본은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데…”라고 호통을 쳤다. 동남아의 떠오르는 시장이자 북한의 개혁을 유도하는 데 미얀마의 역할이 중요한데 장차관 정도가 나가도록 했어야 한다는 얘기였다. 이 대통령의 ‘불벼락’에 회의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이처럼 이 대통령이 요즘 참모진 ‘군기 잡기’에 나서는 경우가 잦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통상 임기 말이면 함께 청와대를 나가는 참모들을 좀 풀어줄 법도 하지만 대통령은 ‘지금은 비상 상황’이라고 강조하며 고삐를 죈다”고 전했다. 얼마 전에는 한 청와대 참모를 경제부처 장관들과의 간담회에 배석시켰다. 담당 분야와 거리가 있는 자리라 머쓱해하던 이 참모에게 이 대통령은 “당신은 이 분야에 대해 아는 게 부족하다. 그래서 신선한 정책이 안 나오는 것이다. 이런 자리에 와서 좀 배워라”고 면박을 줬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에 대해 한 관계자는 “최근 북한군 병사의 ‘노크 귀순’ 사건이나 정부중앙청사 방화사건 등 공직사회 전반이 기강 해이에 빠지고 있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참모들의 군기를 잡으면서도 “임기 말이라고 당신들에게 설렁설렁 할 수도 있지만 지금 그럴 사정이 아니지 않으냐”며 종종 양해를 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널A 영상] “마지막까지 최선 다할 것” MB 라디오 연설 100회 특집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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