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민심 르포]호남 “믿었던 安 실망… 사과한 文에 정 생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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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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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지역의 대선민심에서 추석을 전후해 미묘한 변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추석 전엔 무소속 안철수 후보에 10∼30%포인트 뒤졌던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지지세가 최근 빠르게 올라가는 양상이다. 2일 동아일보 호남 여론조사에서는 야권 단일후보로 44.2%가 문 후보를 지지해 처음으로 안 후보(41.6%)를 앞섰다.

지역에서는 문 후보가 호남을 텃밭으로 하는 민주당의 정식 후보로 뽑힌 데다 안 후보에 대한 검증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을 지지율 반전의 이유로 보고 있다. 추석 전까지만 해도 안 후보가 본선 경쟁력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앞선다는 ‘전략적 표심’에다 새 정치에 대한 기대감까지 겹쳐 안 후보 쪽으로 지지세가 쏠렸었다.

광주에 사는 회사원 박영수 씨(45)는 4일 “노무현 정부가 호남의 전적인 지지로 탄생했는데도 홀대했다는 여론이 있어 문 후보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강했지만 명실상부한 민주당 후보가 되고 나니 ‘호남이 대통령을 만들어야 한다’는 명분과 함께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의 한 기업인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문 후보가 광주를 찾아 노무현 정부의 과오를 인정하고 지지를 호소한 게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검증 국면 이후 50∼60%대이던 안 후보 지지도는 내림세를 타고 있다. 광주 소재 조선이공대 정찬영 교수(52)는 “안 후보와 관련한 다양한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신비감이 떨어지고 지지율에도 변화가 오는 것 같다”며 “믿었던 사람한테 실망감은 더 큰 법 아니냐”고 했다.

그러나 안 후보에 대한 기대감도 여전히 큰 편이다. 전남 여수 박종수 씨(55·중원대 초빙교수)는 “안 후보의 처가가 여수이고 정치적 부채가 없는 그의 강점과 진정성이 기존 정치권에 실망한 개혁 성향의 호남 유권자들에게 전달되면 멈칫하던 지지율은 다시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북 간에는 미묘한 온도차가 느껴진다. 고령층이 많은 전남이 광주보다 민주당 후보에 대한 애정이 강하고 전북은 아직까지 안 후보가 우세한 편이다. 전북 전주의 택시운전사 김철호 씨(52)는 “정권교체를 위해 야권후보를 단일화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안이냐 문이냐를 놓고는 세대별로 의견이 다른 것 같다”며 “젊은층은 안 후보를, 장년층은 문 후보를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새누리당의 계속되는 구애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20% 미만에 머물고 있다. 주요 지지층은 60대 이상 노년층에 분포된 것으로 분석된다. 새누리당은 이번 대선에서 15% 안팎의 득표율을 기대하고 있다.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20%대 득표율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8.9%에 그친 바 있다.

전주=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대선#지역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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