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유엔총회 공동전선… “日 잘못된 역사인식 알리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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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환-양제츠 “영토분쟁은 역사문제” 對日 협공

영토 분쟁에 휩싸인 동아시아 각국이 18일부터 열리고 있는 유엔 총회로 전장을 옮겨 치열한 외교전에 돌입했다. 크게는 한국과 중국이 일본을 협공하는 형세지만 동남아 국가도 중국을 상대로 파상 공세에 나설 것으로 보여 곳곳에서 전선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 한중, 역사 문제로 영토 분쟁 우회 공격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2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양제츠(楊潔지)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한 뒤 일본을 상대로 한 한중 간 공동보조 가능성을 내비쳤다. 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양 부장과 영토분쟁에 관한 얘기를 좀 나눴다. 이건 역사와 관련된 문제인데 바른 역사를 유엔 무대에서 알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점에서 의견을 함께했다”고 말했다. 배석했던 외교부 관계자는 “중국 측에서 먼저 (영토 분쟁 등의) 근본 원인은 잘못된 일본의 역사인식에 있다고 지적하고 잘못된 역사인식이 국제정세에도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런 중국의 견해에 대해 김 장관도 공감을 표시했다. 양국은 공식 성명에서 “동북아 협력을 미래 지향적으로 추진하는 데 있어 관련 국가(일본)의 올바른 역사 인식이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일본이 유엔 총회에서 왜곡된 역사관을 토대로 양국을 도발하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동시에 도발을 감행할 경우 두 나라가 공동으로 대응할 수도 있음을 외교적으로 경고한 것이다.

김 장관은 28일로 예정된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과거사 문제를 언급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일본이 우리보다 먼저 기조연설(26일)을 하게 되니까 실제로 어떤 발언을 하게 되는지 좀 지켜보면서 대응할 것”이라며 “우리 나름대로 계획을 갖고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측 기조연설(27일)에 대해서도 “일본이 어떤 내용의 연설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힘 부친 일본, 동남아 끌어들여 영토분쟁 다자구도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는 24일 유엔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하네다공항으로 출발하기 전 영토문제와 관련해 “때로는 국가간 갈등이 발생하지만 ‘법의 지배’에 의거해 분쟁을 예방하는 평화적 해결을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총회 연설에서 독도 및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문제와 관련해 일본의 정당성을 주장하면서 한국과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의미다.

노다 총리는 또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대규모 반일 시위와 무역제재가 외국인 투자를 위축시켜 중국 경제를 취약하게 할 수 있다”며 “일본과 중국의 유대 관계 약화가 두 나라는 물론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노다 총리가 이번 총회에서 미국 베트남 필리핀 등의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센카쿠 분쟁을 중-일 양자 구도에서 다자 구도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동남아 각국도 이번 총회에서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으려 하기 때문에 일본과의 연대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 신화통신은 “필리핀은 남중국해를 서필리핀 해로 개명하는 방안에 대한 지지를 호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은 독도 문제 역시 다자 구도로 끌고 간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외무상은 24일 유엔 법치주의 고위급회의에서 독도 문제와 관련해 국제사법재판소(ICJ)행을 거부하고 있는 한국을 겨냥해 “아직 ICJ 강제관할권을 수락하지 않은 모든 국가는 이를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제관할권은 한 국가가 영토문제 등과 관련해 제소하면 국제사법재판소가 제소당한 국가에 재판에 참석하도록 강제하는 권한이다.

일본은 당초 이번 총회에서 중국과의 외교장관 회담을 추진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25일 브리핑에서 “관련 계획을 모른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한국은 일본과의 양자회담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유엔총회#영토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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