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박근혜, 2일 靑서 단독회동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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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일 청와대에서 오찬을 겸한 단독 회동을 갖는다. 이 대통령과 박 후보 간의 회동은 지난해 12월 22일 박 후보가 당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만난 뒤 8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31일 “지난달 20일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박 후보가 당선된 뒤 이 대통령과 박 후보가 전화 통화를 갖고 ‘언제 한번 보자’고 해서 이번 면담이 성사된 것”이라고 전했다. 박 후보 측에서 2, 3일 전 회동을 요청했으며 최경환 후보 비서실장이 청와대 측과 일정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는 이날 새누리당 보좌진협의회 워크숍 참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선 후보가 된 뒤 인사차 만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을 3개월여 앞두고 이루어지는 이번 회동에서 이 대통령과 박 후보는 내수 침체 등 경제위기와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벌어지고 있는 한일 외교전쟁 등 현안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의 반발을 우려해 가급적 정치적인 의제는 논의하지 않고 주로 민생 현안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박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을 만난 데 이어 현직 대통령을 만나 인사하는 것”이라며 “경선과 최근 국민대통합 행보 과정에서 보고 들은 민심을 이 대통령에게 전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직 대통령이 대선이 있는 해에 여당 대선후보와 전격 회동을 갖게 되면서 대선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민주통합당 등 야당은 대통령의 선거 중립 의무 등을 내세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는 “야당에서도 대선 후보가 결정되고 대통령과의 면담 요청이 있으면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이 진행 중이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출마 시기가 임박한 시기에 현직 대통령과 여당 대선 후보의 만남 자체가 적지 않은 정치적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이 대통령이 1987년 민주화 이후 탈당하지 않고 임기를 마치는 첫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날 회동을 계기로 박 후보에게 어떤 식으로든 정치적으로 ‘플러스’가 될 선물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선거중립 의무를 갖고 있지만 동시에 새누리당 당원으로서 정권 재창출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올해 3월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박 후보에 대해 “우리나라에 그만한 정치인이 몇 사람 없다”고 치켜세웠고, 박 후보는 최근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대해 “포퓰리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거들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회동에서 이 대통령이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를 지지하고, 박 후보가 이 대통령의 최근 대일 행보에 힘을 실어주며 ‘윈윈’하는 모양새를 취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회동 분위기에 따라 박 후보 당선을 전제로 이 대통령 퇴임 이후에 대한 이야기가 오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이명박 대통령#박근혜#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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