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노정연 씨 불구속 기소… 13억원 돈상자 출처 안 밝히고 수사 종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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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盧사후 불거진 사건이라 배려했다”
權여사는 입건유예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 씨(사진)의 미국 아파트 구매 의혹을 수사해 온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아파트 구매대금 13억 원을 미국으로 불법 송금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로 정연 씨를 29일 불구속 기소하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검찰은 이 돈의 출처에 대해선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지인들이 준 돈을 모아 보관해 오던 것’이라고 진술했고 전액 현금이어서 누가 건넸는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수사의 핵심인 돈의 출처에 대해 검찰이 권 여사를 ‘배려’해 사실상 수사를 덮은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정연 씨는 2005년 6월부터 가족들과 함께 미국에 살다가 2007년 집을 구해보라는 권 여사의 권유로 뉴저지 ‘허드슨 빌라’ 400호를 사기로 계약했다. 당시 이 아파트의 주인은 정연 씨가 알고 지내던 경연희 씨의 친구인 중국계 미국인 임 웡 씨였다. 이 아파트의 가격은 240만 달러였고 권 여사 측 부탁을 받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은 같은 해 9월 계약금 40만 달러를 임 웡 씨의 홍콩 계좌로 보냈다.

그러나 정연 씨는 경 씨가 소유하고 있던 같은 아파트 435호가 더 마음에 들자 당초 계약을 취소하고 한 달 뒤 경 씨와 435호를 220만 달러에 사는 계약을 맺었다. 계약금은 이미 보낸 40만 달러로 대체했고 나머지 180만 달러도 곧 보내기로 했다.

2008년 말 정연 씨는 경 씨에게 “중도금 13억 원(100만 달러)을 은행으로 송금하면 해외 부동산 취득 사실이 알려질까 걱정된다. 한국에서 현금으로 받아가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경 씨는 평소 친분이 있던 사건 제보자 이달호 씨(미국 카지노 매니저)와 상의해 이 씨의 동생 이균호 씨가 돈을 받도록 했다. 2009년 1월 권 여사는 자신의 친척에게 부탁해 13억 원이 든 돈상자 7개를 이 씨에게 전달했다. 검찰은 “‘선글라스 남성’으로 알려진 이 친척이 누군지 확인했지만 단순 전달자에 불과해 처벌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씨는 돈을 경 씨와 수입차 판매사업을 함께 하던 은모 씨에게 전달했다. 은 씨는 환치기 방식으로 8억8200만 원을 미국으로 보냈고 자동차 수입대금으로 꾸며 2억2000만 원을 경 씨의 미국 회사로 보냈다. 나머지 1억9800만 원은 두 사람 사이의 사업자금으로 정산했다. 그러나 이후 노 전 대통령 서거로 남은 80만 달러는 송금되지 않았고 이 아파트는 여전히 경 씨 소유로 남아있다.

검찰은 이 과정을 밝히기 위해 권 여사와 정연 씨를 상대로 두 번씩 서면조사했다. 또 지난주 초에는 봉하마을로 권 여사를 찾아가 방문조사도 했고 24일에는 정연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정연 씨가 불법 송금을 주도한 점을 들어 불구속 기소하고 미국 영주권자이자 공범인 경 씨는 벌금 1500만 원에 약식 기소했다. 또 권 여사는 불법 송금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가담 정도가 크지 않고 모녀를 함께 처벌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 입건 유예했다.

검찰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불거진 사건이라는 점 등을 감안해 (권 여사와 정연 씨를) 배려했고 수사 과정이나 처리 결과도 이런 배려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노정연#불구속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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