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金외교-金국방 한일 정보보호협정 사태와 관련해 야당에서 문책론이 제기된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왼쪽)과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2일 19대 국회 개원식에
참석했다. 국회 본회의장 국무위원석을 찾은 이들의 표정이 어둡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한일 정보보호협정 체결 연기 파문 이후 정부 안팎에서는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거세지는 인책론을 놓고 부처 간 책임 공방까지 벌어지자 “책임을 전가하지 않겠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자신의
거취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 정치권에서는 임기 말 부분 개각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 외교부 장관의 공개 사과
김 장관은 2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실무를 매끄럽지 못하게 처리한 것을 굉장히 송구하게 생각하며 국무회의를 비공개로 한 것은
제일 뼈아픈 부분”이라고 사과했다. 다만, 자신의 사임이나 실무진 징계 여부에 대해서는 “일을 수습한 뒤에 하겠다”고만 답했다.
그러면서도 김 장관은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평소의 부드러운 화법과 달리 기자들에게 “말을 돌리지 말고 직접
물어봐라. ‘당신이 책임을 질 것이냐’고 묻고 싶은 게 아니냐”며 날을 세웠다. “아직 절차가 끝나지도 않은 단계에서 책임지라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설명해 달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김 장관은 향후 협정 처리와 관련해서는 “국회와 협의하면서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구하는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다시 체결을 추진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지금 시점에서 예단하지
않겠다”고만 답했다. 이는 청와대가 “국익을 위해 필요한 협정”이라며 체결 강행 방침을 밝힌 것과는 사뭇 다른 뉘앙스다. 정부
내에도 아직 뚜렷한 방향 정리가 안 됐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 여당 내 인책 불가피론 확산
청와대
관계자도 대외적으로 “현 단계에서 인책 논의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비공개
처리에 대해 “누구 발상이냐”고 사실상 책임자 규명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내부 조사 결과 문책의 수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협정을 다시 추진하려면 국회에서 여당의 협조가 관건이고, 여당을 움직이려면 문책 같은 ‘명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청와대
일각에서 나온다. 실무를 총괄했던 김태효 대통령대외전략기획관 대신 야당이 해임을 요구한 김황식 국무총리나 외교수장인 김 장관이
문책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특히 김 장관이 이날 “국방부와 외교부 실무진이 여야 정책위 관계자들을
만나 국무회의 처리 계획을 미리 설명했다”고 밝힌 뒤 새누리당 내에서는 “정부가 여당에까지 책임을 떠넘기려고 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고 한다. 정부 당국자는 “이런 분위기라면 여당마저 냉랭하게 등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로서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무총리나 장관을 교체할 경우 후임 지명자에 대한 청문회를 열어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이
정부로서는 부담이다. 후임자는 현 정부의 임기가 사실상 6개월도 안 남은 상황에서 새로 업무 파악만 하다 끝나는 ‘허수아비 장관’
신세를 면하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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