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투표 투표율 33.3% 넘어야 유효… 실현 가능성 미지수

  • 동아일보

“민주주의-지역 다양성 퇴보”… 학계, 반대의견 만만찮아
“통합 환영” “근시안적 생각”… 해당 지역 찬반 엇갈려

대통령 소속 지방행정체제 개편위원회가 13일 발표한 ‘지방행정체제 개편 기본계획’에 따라 통합이 추진되는 지역은 해당 지자체 주민투표로 주민의 의사를 반영해 통합을 최종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실제 통합 절차를 본격화할 수 있는 19대 국회가 아직 개원하지 않아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 까다로운 요건과 거센 반대

주민투표법에 따르면 투표권자의 3분의 1 이상이 투표하고 유효투표수 과반수가 찬성해야 주민투표가 효력을 얻어 통합이 확정된다. 투표율이 33.3%를 넘지 못하면 투표함도 열어보지 못하고 통합은 자동 무산된다. 통합 주민투표는 공휴일이 아닌 평일에 실시되기 때문에 투표율 33.3%를 확보하는 게 가장 큰 어려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계획에 대한 학계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한국지방자치학회장 안성호 대전대 교수는 “이번 개편은 민주주의의 심각한 퇴보를 초래할 것”이라며 “수많은 지방정부가 통치하는 체제가 단일 광역정부가 통치하는 체제보다 효율성이 높다는 점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눈에 띄게 드러나지는 않겠지만 결국 공무원 자리를 늘리기 위한 조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 험난한 통합 예고하는 지역 여론

통합 대상 지역으로 선정된 시군구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경기 안양시는 군포·의왕시와의 3개 시 통합을 주장했지만 의왕시 찬성률이 40.3%에 불과해 통합 대상에서 제외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안양시는 일단 유보한다는 계획이지만 군포시는 “여론조사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의왕시 역시 “민심을 반영한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반기고 있다.

강원 동해 태백과 통합 대상으로 선정된 삼척시는 환영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동해시와 태백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문근 태백시의회 의장은 “태백시는 폐광지인 삼척 영월 정선과 통합을 희망했다”며 “동해시와는 거리가 멀고 지역 정서도 달라 주민 대부분이 이를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 통영시가 통합 대상으로 지목한 고성군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고성군은 “인구 5만3000명으로 ‘공룡엑스포’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것처럼 자생력과 개발 잠재력이 충분해 통영시와 통합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과소 자치구로 통합 대상에 선정된 대구 중구와 남구는 양쪽 모두 통합에 반대하고 있다. 윤순영 대구 중구청장은 “지역 특성과 주민의 뜻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인구와 면적을 기준으로 통합에 나서는 것은 근시안적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서울 중구와 종로구 양측 모두 “통합을 전혀 검토해본 적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인천 중구와 동구 역시 공식적으로 통합에 대한 협의를 진행한 적이 없다.

반면 통합 분위기가 무르익는 곳도 있다. ‘4수(修)’째 행정구역 통합에 도전하고 있는 충북 청주시와 청원군은 27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통합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한다. 양 지자체장과 의회 모두 전적으로 찬성에 동의하고 있지만 투표율 달성이 관건이다. 전북 전주시와 완주군은 전북도청에서 ‘상생발전사업 실천협약’을 체결하고 통합시 청사 활용 계획에 합의하고 관련 예산을 확보할 계획도 세웠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안양=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대구=노인호 기자 inho@donga.com  
#주민투표#지역 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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