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파 출신 국회 입성]집 내놓고… 국회엔 이틀째 ‘결근’… 이석기는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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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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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도 오지 않는 李 취재진이 31일 국회 제2의원회관 5층에 있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사무실 앞에서 이 의원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전날에 이어 이틀째 국회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기다려도 오지 않는 李 취재진이 31일 국회 제2의원회관 5층에 있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사무실 앞에서 이 의원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전날에 이어 이틀째 국회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50)은 19대 국회 개원 이틀째인 31일까지 연속 결근하며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통진당 사태의 주역인 김재연 의원이 지난달 30일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반값등록금 촉구 집회와 31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조윤숙 비례대표 후보의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등 본격적인 의정활동을 시작한 것과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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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서울 동작구 사당동 D아파트 이 의원 자택과 이 의원이 직접 운영했던 ‘CN커뮤니케이션’(옛 CNP전략그룹)을 찾았지만 이 의원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낮 12시 30분경 취재팀이 이 의원 자택을 찾았을 때 자신을 이 의원의 친형(67)이라고 밝힌 남성이 혼자 집을 지키다 취재진에게 직접 문을 열어줬다. 그는 이 의원과 아주 닮은 모습이었다.

이 의원보다 17세 위인 이 씨는 “동생 집 근처 치과에 임플란트 치료를 받으러 왔다가 동생 집에 잠시 들러 나가사끼짬뽕 라면을 끓여먹고 있었다”며 “한 달 전 동생에게 안부전화가 걸려온 게 마지막 통화였고 나도 언론을 통해서만 소식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또 “동생이 사당동에서만 수십 년을 살았는데 이제 이 집도 팔려고 내놓았다. 어디로 이사를 갈지는 나도 모른다”고 했다.

이 의원의 자택은 깨끗하게 치워진 상태였다. 현관에 들어서자 벽면에 ‘백성을 하늘같이 여겨라’는 뜻인 ‘이민위천(以民爲天)’이란 글씨가 곧바로 눈에 들어왔다. 소전체(小篆體)로 쓰인 이민위천의 ‘이(以)’자는 얼핏 보면 해서체의 백(百)자로 보였다. 이 의원은 한국외국어대 중국어통번역학과 출신으로 한자에 능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벽면에 걸린 이집트 그림 액자 아래 탁자에는 이 의원 가족사진이 놓여 있었고 사진 앞으로는 ‘당선’이라는 검은 글씨가 적힌 분홍색 띠가 늘어뜨려져 있었다.

이 의원의 서재 안 책장은 손으로 접은 종이별이 담긴 유리병 2개를 제외하고는 사회주의 관련 책들로 빼곡했다. 민족통일연구소 이찬행 연구위원이 쓴 책으로, 김정일의 출생부터 책이 출판된 2001년까지 김정일의 모든 삶이 다 담겨 있다고 평가받는 ‘김정일’을 비롯해 베트남 공산혁명 세력의 실질적 지도자였던 호찌민의 일생을 다룬 ‘호찌민 평전’ ‘엥겔스 평전’ ‘전태일 평전’ ‘김대중 옥중 자서전’ 등이 책장을 채우고 있었다. 이 의원의 목재 책상 왼편으로는 조그만 태극기가 놓여 있었다. 책상 위에 놓인 달력에는 초록색 색연필로 ‘통합진보당 통진당 이석기 김재연 함께 나눔’이란 글씨가 적혀 있었다. 형 이 씨는 “이 글씨는 내가 적은 것”이라며 “가끔 동생 집에 들러 잠을 자는데 혼자 앉아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끄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일본에서 법대를 나온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동생은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많이 읽었다”며 “동생이 평소에 속내를 잘 표현하지 않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CN커뮤니케이션 사무실도 굳게 잠겨 있었다. 업체 관계자는 통화에서 “사무실을 여의도 인근으로 이전하려고 준비 중이며 양재동 사무실의 집기는 모두 뺀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이석기#통합진보당#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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