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파이시티 금품수수 파문]친박의 ‘최시중 트라우마’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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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전 여론조사로 경선 뒤집더니… 검은돈으로 또 여권에 부담”

2007년 초 박근혜 당시 대선 경선후보 캠프에서 긴급회의가 열렸다. 회의 주제는 여론조사. “여론조사 기관들로부터 이명박 후보 캠프는 여론조사를 많이 하는데 박 후보 캠프는 여론조사를 하지 않느냐는 문의가 들어온다”는 내용이었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참모는 24일 “이 후보 캠프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2006년 10월부터 여러 여론조사 기관에 돈을 주고 엄청나게 조사를 하고 있다. 이대로 놔두면 실제 경선 때 여론조사 기관들 사이에 이 후보에게 유리한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으니 대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회상했다.

최 전 위원장이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로부터 받은 돈의 용처에 대해 “2007년 대선 여론조사에 썼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자 2007년 대선후보 경선 트라우마(정신적 상처)를 갖고 있는 친박 진영은 부글부글 끓었다. 박 전 대표는 2007년 8월 경선 때 대의원, 당원, 일반 국민 선거인단에서는 앞섰으나 여론조사에서 8.8%포인트 차이로 지면서 패배했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갤럽 회장 출신인 최 전 위원장은 이 후보 캠프에서 여론조사를 사실상 총괄하고 있었다. 당시 박 후보 캠프에서 여론조사를 담당했던 관계자는 “솔직히 여론조사 기관들 대부분이 경선 때 이 후보에 우호적인 성향을 보여서 애를 많이 먹었다. 최 전 위원장이 여론조사에 많은 돈을 써 그걸 막아내느라 힘들었는데…”라며 거듭 입맛을 다셨다. 다른 친박 인사는 “같은 여권이라는 이유로 박 위원장이 최 전 위원장의 금품수수 의혹 부담을 안아야 한다는 것도 참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2007년 경선 당시 이 후보 캠프와 박 후보 캠프는 18만여 명의 선거인단을 상대로 전수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등 여론조사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다. 최 전 위원장은 24일 “여론조사 비용이 아니다”고 말을 바꿨다.

[채널A 영상]이명박 캠프 여론조사 횟수-비용 극비

최 전 위원장은 2007년 경선 캠프에서 상임고문 직책을 맡고 있었지만 전략 기획 홍보 등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분야가 없을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외부인사 영입에도 큰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의 ‘멘토(조언자)’ ‘2인자’ ‘그림자’로 불릴 정도였다. 캠프 사무실과 별도로 마련된 서울 여의도 개인 사무실은 늘 찾아오는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그는 이 대통령과 동향(경북 포항) 출신으로 서울대 정치학과 시절부터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각별한 친분을 유지해 왔다. 정치에 직접 참여한 적은 없지만 언론계와 한국갤럽 회장 시절 정치인들과의 마당발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특히 데이터를 통한 정세분석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았다. 대선 경선 전날 캠프 인사들이 대부분 낙승을 예상했을 때도 최 전 위원장은 자신이 돌린 여론조사의 초박빙 결과를 이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하루 종일 이 대통령이 지지를 요청하는 전화를 돌리게 하기도 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최시중#파이시티금품수수#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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