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지역구 왜 없애”… 여상규-주성영의원 낯뜨거운 육박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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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하동 통합위기 몰린 余… 정개특위 간사 朱와 충돌
“주먹질 보좌관 피 흘리기도”

“그냥 못간다” “이거 놔”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새누리당 여상규 의원(왼쪽에서 두 번째)이 같은 당 주성영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의 팔을 잡아끌고 있다. 여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경남 남해-하동 선거구를 인근 지역구와 통폐합해선 안 된다며 선거구 획정을 담당하는 주 간사와 실랑이를 벌였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그냥 못간다” “이거 놔”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새누리당 여상규 의원(왼쪽에서 두 번째)이 같은 당 주성영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의 팔을 잡아끌고 있다. 여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경남 남해-하동 선거구를 인근 지역구와 통폐합해선 안 된다며 선거구 획정을 담당하는 주 간사와 실랑이를 벌였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이거 놓으라고요….”(주성영 의원)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여상규 의원)

15일 오후 2시 반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지하 1층 주차장. 새누리당 소속 두 의원이 심한 드잡이를 벌이고 있었다. 엉겨 붙은 두 사람 사이에선 고성이 잇따라 터져 나왔다.

10여 분의 실랑이 끝에 여 의원이 5, 6발짝 뒤로 밀려나더니 한 손을 땅에 짚고 넘어졌다. 엉덩방아를 찧을 뻔했다. 여 의원이 승용차에 오르려는 주 의원의 가방을 붙들었고 주 의원이 가방을 놓으면서 넘어진 것. 두 의원의 보좌진도 달려들었다가 상대방의 얼굴과 가슴에 주먹을 날렸고, 이 과정에서 한 보좌관은 피까지 흘렸다고 한다. 여 의원은 판사, 주 의원은 검사 출신이지만 이들에게도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웠던 것.

마침 차를 타고 의원회관 쪽으로 들어오다 이 장면을 목격한 한 의원은 “실랑이가 워낙 격해 차마 차에서 내릴 수 없었다”며 “누가 먼저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의원들도 주먹을 주고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함께 차에 있던 비서관, 운전기사와 영화의 한 장면이나 다름없는 활극을 지켜봤다”고 했다.

[채널A 영상]“내 선거구 내 놔” 국회의원들 낯 뜨거운 난투극

주 의원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간사이고, 여 의원은 경남 남해-하동이 지역구다. 새누리당은 4월 총선에서 지역구 1석을 줄이고 비례대표 1석을 늘리는 방안을 민주통합당에 최종 제안했는데, 남해-하동(2011년 10월 말 현재 10만4342명)은 전국에서 인구가 가장 적어 합구 위기에 처해 있다. 지역구 획정을 마무리해야 하는 주 의원과 “제발 내 지역구는 살려 달라”는 여 의원의 입장차가 멱살잡이로 확대된 것이다.

이날 여 의원은 주 의원을 한동안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고 한다. 여 의원은 오후 1시경 국회 본관 3층 귀빈식당에서 식사를 겸해 열린 정개특위 여야 간사협의 자리에도 나타났다. 그는 “농촌인 남해-하동을 사천 등 인근 도시지역과 합쳐서는 안 된다”며 목청을 높였다. 두 의원 간에 언쟁도 벌어졌다. 점심식사 후 주 의원이 의원회관 7층 사무실로 이동하자 여 의원도 주 의원의 뒤를 따랐다.
▼ 현장 본 의원 “주성영-여상규 주먹 주고받아” ▼

여 의원이 사무실 안에까지 들어와 “합구는 절대 안 된다”고 외치자 주 의원은 “더 이상 할 얘기가 없다”며 의원실 방문을 걸어 잠갔다. 이에 여 의원은 휴대전화로 보좌진을 불렀다. 화들짝 놀란 주 의원 보좌진은 의원실 바깥 출입문을 잠가버렸다.

오후 2시 20분경 주 의원이 외출하기 위해 나오자 여 의원과 보좌진은 주 의원에게 달려들었고,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주 의원을 필사적으로 가로막았다. 격한 몸싸움이 벌어지는 와중에 주 의원은 의원회관 1층 중앙현관 앞에서 승용차에 올라탔다. 이 과정에서도 한동안 티격태격 실랑이가 계속됐다. 한 국회 방호원은 “무슨 일로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역 의원들의 몸에 손을 대고 떼어놓을 수도 없고…”라고 했다.

그러나 여 의원은 본보 기자에게 “주먹다짐은 아니었다”고 부인했고, 주 의원 측도 “통상적인 실랑이 정도에서 끝났다”고 말했다.

이날 ‘남해-하동 선거구 지키기 추진위원회’ 소속 주민 40여 명은 국회 본관 2층 로텐더홀에서 “선거구 획정 논의를 중단하라. 농촌 지역구 반드시 사수하자”며 농성을 벌였다.

총선이 두 달도 남지 않았지만 선거구 획정은 좀처럼 진척이 없다. 총선 선거비용제한액 법정공고일(지난해 12월 3일)을 넘기더니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요구한 입법 요구 시한(이달 9일)도 지나쳤다. 정당별로 좀 더 유리한 선거구 획정을 이끌어내기 위한 샅바싸움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경기 파주시와 강원 원주시를 분구하고 세종시를 단독 지역구로 신설하는 대신 영호남에서 2석씩 총 4석을 줄이자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파주와 경기 용인 기흥, 원주, 세종시 등 4곳을 늘리고 영남 3곳과 호남 1곳을 줄이자고 한다.

정개특위는 16일엔 최종안을 도출할 계획이지만 합리적 대안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은 밝지 않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수들은 뛸 준비가 돼 있는데 링이 정해지지 않아 낭패를 보고 있는 격”이라고 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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