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꼬리 자르기 부메랑? 檢 칼끝 김효재 수석 향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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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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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승덕 “김효재로부터 ‘왜 돌려줬나’ 전화 받아”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박희태 캠프 측 안병용 당협위원장이 돈봉투를 돌리려
했다는 의혹을 단독 보도한 본보 1월 9일자 A1면.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박희태 캠프 측 안병용 당협위원장이 돈봉투를 돌리려 했다는 의혹을 단독 보도한 본보 1월 9일자 A1면.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돈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11일 핵심 열쇠를 쥐고 있는 박희태 국회의장의 전 비서 고명진 씨와 안병용 서울 은평갑 당협위원장을 전격 소환 조사하는 등 수사가 급피치를 올리고 있다.

특히 박 의장 측의 돈봉투 살포 의혹을 폭로한 고승덕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8일 검찰 조사에서 2008년 당시 박희태 대표 캠프에서 상황실장을 맡았던 김효재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에게서 “왜 돈을 돌려줬나”는 전화를 받았다는 진술을 함에 따라 돈 살포 전모 파악을 위한 검찰 수사가 큰 진전을 보이고 있다.

○ 검찰 수사 급피치

10일 밤부터 검찰 내부는 긴박하게 돌아갔다. 검찰은 고 의원에게 돈봉투를 전달한 ‘뿔테 안경 남성’이 고 씨라는 단서를 잡고 11일 아침 고 씨가 살고 있는 경기 고양시 자택으로 압수수색을 나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각종 자료를 확보했다. 압수수색이 이뤄지는 동안 고 씨는 검찰에 출두했다. 결과적으로 검찰 수사가 전광석화처럼 급물살을 탔다.

이뿐이 아니었다. 검찰은 고 씨에 대한 수사에 나섬과 동시에 박 의장 캠프에서 일한 안병용 위원장까지 전격적으로 불렀다. 당초 돈봉투 전달자로 지목된 고 씨와 함께 양동작전을 펼침으로써 이번 사안의 실체를 동시다발적으로 규명하려고 총력전을 편 것이다. 친이계 인사인 안 위원장은 전당대회 당시 서울지역 당협 사무국장 30명에게 50만 원씩 건네도록 서울 지역 구의원들에게 현금 2000만 원을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고 씨는 돈봉투를 고 의원에게 전하고, 또 반환받은 인물로 지목됐기 때문에 검찰은 이날 밤늦게까지 두 사람을 상대로 치열한 샅바싸움을 벌였다.

하지만 고 씨는 일단 검찰 조사에서 “돈봉투를 돌려받은 것은 맞지만 의원실에 전달하지는 않았다. 모르는 일”이라는 진술로 일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 씨가 돈봉투 의혹을 부인한 것은 실제로 그가 돈봉투 의혹에 전혀 연루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말’ 외에 의혹을 뒷받침하는 명확한 증거가 별로 없다는 점을 감안해 ‘모르쇠’ 전략으로 나갔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특히 ‘검은색 뿔테 안경’을 낀 인사가 자신이라는 정황을 검찰이 어느 정도까지 확보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부인 전략이 가장 효과적인 대응책이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 검찰 “새 단서 토대로 수사 확대”

고 씨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일부 난항을 겪긴 했지만 검찰은 안 위원장과, 고 의원이 검찰에서 진술한 김효재 수석의 전화 단서를 토대로 수사를 계속 진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고 의원이 8일 검찰 조사에서 “제 보좌관 김모 씨를 통해 돈을 돌려준 뒤 김 수석에게 전화가 와서 ‘왜 돌려줬느냐’고 물었고 저는 ‘이 돈을 받는 것이 부적절한 것 같다’고 대답했다”고 진술한 것은 이미 이번 돈봉투 의혹 사건에 김 수석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는 단서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찰은 고 씨 조사가 기대만큼 되지 않더라도 고 의원의 김 수석 관련 진술에다 압수수색 등에서 나온 새로운 증거를 추가할 경우 고 씨의 윗선이라고 할 수 있는 김 수석에 대한 조사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수석 외에도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박 의장 캠프에서 주요 직책을 맡았던 이봉건 국회의장 정무수석비서관, 조정만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 등이 검찰 조사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검찰 수사는 상당한 증거를 확보한 검찰 측과 박 의장 측 간 치열한 증거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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