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한국 경쟁력…” 안철수 국가경영 수업?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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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슈밋 구글 회장 만나 어떤 대화 나눴나

미국을 방문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9일 에릭 슈밋 구글 회장과 만나 신자유주의의 폐해, 상생(相生)경영, 고용 없는 성장, 혁신을 통한 국가경쟁력 제고 등을 논의했다. 정보기술(IT)의 미래를 논의할 것이라는 예고와 달리 한국의 미래와 관련된 주제가 많이 다뤄져 정치 행보를 염두에 둔 ‘국가경영 대화’라는 해석까지 낳고 있다.

안 원장은 이날 오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마운틴뷰에 위치한 구글 본사를 방문해 슈밋 회장과 1시간가량 면담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신자유주의가 세계 경제에 문제를 일으켰다는 점에 대해 슈밋 회장과 뜻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신자유주의 폐해로서 고용 없는 성장이 고착되는 점에 대해서도 공감을 이뤘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환경을 그대로 두면 고용 없는 성장이 불가피하지만, 조금만 노력한다면 해결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답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경영에 대한 질문은 안 원장이 먼저 던졌다. 그는 “상생경영을 하면 중소 벤처기업이 혁신을 일으킬 수 있고 그 혁신을 흡수하면 대기업에도 좋은 일이다. 결국 국가 발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슈밋 회장은 “상생경영은 실리콘밸리에선 국가가 감시하고 개입할 그런 문제가 아니라 문화인 것 같다(자연스레 당연히 이뤄지는 것이다)”고 답했다.

또 안 원장은 혁신과 관련된 대화 내용을 소개하면서 “한국이 살아남을 길은 지식경제 기반 산업이며 핵심은 혁신이다. 이는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정치에도 적용되느냐”는 질문에는 “정치와 직접 연결은 안 되지만 혁신을 위해서는 실패해도 용인하고 기회를 주는 것은 마찬가지로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는 개인적인 궁금증으로 슈밋 회장이 가정과 사회적 성취를 어떻게 함께 이뤘는지를 묻기도 했다. 슈밋 회장은 “같이 일하기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면 문제가 안 된다”고 답했다고 그는 전했다. 안 원장이 서울시장 후보 출마를 포기한 데는 가족의 반대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안 원장은 대화 내용을 전하면서 개인적인 소신을 밝히는 형식으로 얘기를 풀어나갔다. “대화 내용이 학자로서가 아니라 정치적인 것 같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안 원장은 “기업 혁신 등을 얘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화가 그렇게 옮아갔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미국으로 떠나던 8일 인천공항에서 “열정을 갖고 계속 어려운 일을 이겨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해 정치 참여에 대한 해석을 낳았던 안 원장은 이에 당혹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그는 “(진짜) 고민을 할 때 고민이라는 단어를 쓴다. 미리 정해놓고 나서 수순을 밟기 위해 고민이라는 단어를 쓰는 사람이 아니다. 그게 내 어법”이라며 “지금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슈밋 회장과의 면담에 앞서 안 원장은 스탠퍼드대를 방문해 박사과정 한국 유학생들을 만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 채용을 위한 인터뷰를 가졌다. 스탠퍼드대 학생들은 전반적으로 안 원장에 대해 기대를 갖고 있었으며 총선과 대선 때 꼭 투표를 하겠다고 밝혔다. 장지훈 스탠퍼드대 한인학생회 회장(전자공학과 박사과정)은 “(안 원장이 정치에 참여하면) 해외 인재들이 고국으로 돌아가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이공계 기피현상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디컬공학 박사과정의 최정우 씨는 “기대감도 있지만 김정일 사망 이후 북한관계나 국방외교 쪽에 잘 대응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고 밝혔다.

마운틴뷰=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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