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 “독특한 개인 소신, 법관의 양심으로 오인해선 안돼” 강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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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성 의심받을 행위 말라”

양승태 대법원장(사진)은 1일 “법관은 모든 언동이나 처신에 있어 균형감각과 공정성을 의심받을 행위를 결코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최은배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국회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에 반대하는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올린 뒤 법관의 정치적 발언에 대한 논란이 커지는 것에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양 대법원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1층 대강당에서 열린 신임 법관 임명식에서 “재판 독립을 침해하려는 시도에 당당히 맞서기 위해선 법관이 모든 일에 균형 있고 공정한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국민의 믿음이 있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양 대법원장의 목소리는 온화했지만 ‘재판 독립’ ‘국민의 신뢰’와 같은 핵심 단어는 힘주어 읽었다. 또 최근 일부 법관의 FTA 발언 논란을 의식한 듯 임명식사 곳곳에 ‘법관의 절제’를 강조하는 문구를 넣었다.

양 대법원장은 “재판의 독립을 수호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무기는 바로 국민의 신뢰”라며 “법관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처음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어떻게 하면 국민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독특한 신념에 터 잡은 개인적인 소신을 법관의 양심으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며 “보편타당한 양심을 외면한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고집에 근거한 재판에 승복하는 사람은 없다”고 덧붙였다.

최 부장판사가 지난달 22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뒤 이날까지 SNS나 법원 내부통신망에 이와 관련한 의견을 쓴 법관은 모두 5명이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9일 회의를 열어 법관들에게 “SNS 공간에서도 분별력 있고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라”고 권고했지만 불씨는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임명식사는 법관들이 논란을 키우는 것을 자제하고 법관의 행동 원칙과 사법부의 존재 의의를 되새겨보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날 임명식에서는 검사 9명, 변호사 15명, 헌법연구관 2명 등 법조 경력자 26명이 신임 법관으로 임명됐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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