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선 D-1]安 “투표로 변화 이끌어내자”… 내년 대선 겨냥한 정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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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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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박원순 캠프 찾아 ‘응원 편지’ 전달

24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캠프를 방문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왼쪽)이 박 후보에게 응원메시지를 담은 편지를 전달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24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캠프를 방문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왼쪽)이 박 후보에게 응원메시지를 담은 편지를 전달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24일 야권 무소속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면서 박 후보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100여 명의 취재진 앞에서 편지에 담아 전달했다. 그야말로 ‘안철수 스타일’이었다. 기성 정치권과는 다른 문법으로 박 후보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생중계된 ‘박원순 구하기 이벤트’에 대해 박 후보 측에선 “가장 큰 힘을 준 자리”(우상호 공동 대변인)라는 반응이 나왔다.

○ 긴장의 30분

안 원장이 오후 1시 은색 제네시스 승용차에서 내리자 1층 캠프 입구에 진을 치고 있던 박 후보 캠프 관계자들은 “안철수 파이팅”을 연호했다. 수행원은 없었다.

8층 기자회견실로 향한 안 원장은 5분간 취재진 앞에서 박 후보와 공개 면담을 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미리 기다리던 박 후보와 캠프 관계자들의 기립 박수 속에 입장한 안 원장은 환한 표정으로 박 후보와 가볍게 포옹했다. 안 원장은 “선거 치르시느라고 고생 많이 하셨다”고 격려했고, 박 후보는 “살이 더 빠진 것 같다”며 멋쩍어했다. 안 원장은 “그래도 그런 과정을 통해 서울시민들이 진정으로 뭘 원하는지를 알게 되셨을 것 같다”며 덕담을 이어갔고 박 후보는 “(안 원장과) 늘 함께하겠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의 대화는 마이크 없이 이뤄져 쉴 새 없이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 소리에 묻혔다.

이어 안 원장은 “나름대로 고민해 쓴 응원의 메시지”라며 직접 작성했다는 A4용지 2장 분량의 편지를 박 후보에게 건넸다. 미국 흑인민권운동의 중요 사건인 로자 파크스(1913∼2005)의 ‘버스 보이콧 운동’ 관련 일화가 담겨 있었다. 로자 파크스는 1955년 12월 앨라배마 주 몽고메리 시의 버스에서 백인 좌석에 앉았다가 흑인 좌석으로 옮겨 앉으라는 운전사의 요구를 거부해 체포된 인물. 이날은 마침 파크스의 기일(忌日)이었다.

안 원장은 편지에서 “흑인에게 법적 참정권이 주어진 것은 1870년이었지만 흑인이 백인과 함께 버스를 타는 데는 그로부터 85년이 더 필요했다. 그 변화를 이끌어낸 힘은 바로 작은 ‘행동’이었다”며 “선거 참여야말로 시민이 주인이 되는 길이며, 원칙이 편법과 특권을 이기는 길이며, 상식이 비상식을 이기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안 원장과 박 후보는 9층 회의실로 자리를 옮겨 비공개 회동을 이어갔다. 20여 분간 회동을 후 안 원장은 캠프를 떠나면서 취재진에게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서울시장 선거가 축제의 장이 됐으면 한다”며 투표 참여를 거듭 호소했다. 오후 1시 반 안 원장은 자신의 승용차에 올라 캠프를 떠났다. 시작에서 끝까지 30분 정도의 짧은 만남이었다. 그러나 박 후보 캠프는 한껏 달아올랐다.

○ ‘정치인 안철수’ 행보를 가늠케 해


이날 이벤트는 ‘안철수식 정치행보’의 특징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전격적으로 빠르게 진행돼 시선 집중도를 극대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 원장은 23일 오후 8시경 박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어떻게 도움을 드릴지 내일(24일)까지 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15시간 뒤인 24일 오전 11시 박 후보는 안 원장에게서 “오후 1시에 캠프를 방문하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안 원장의 강렬한 ‘응원 편지’를 놓고서도 ‘정치인 안철수’의 내공을 가늠하게 한다는 평도 나온다. “박 후보를 지지한다”란 일반적인 지지 발언 대신 철학적이며 다분히 함축적이고 다양한 메시지를 담았다는 점에서다. 안 원장이 직접 쓴 이 편지는 언론과의 짧은 일문일답, ‘청춘콘서트’ 발언을 제외하고는 처음 선보인 본격적인 정치적 메시지이기도 하다.

안 원장이 현장 유세 등 추가로 선거 지원에 나설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박 후보 측 캠프 송호창 대변인은 “추가 선거 지원 문제는 논의하지 않았다. 할 만큼 다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거리 유세 등 추가 지원에 나설 경우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지난달 6일 박 후보와의 단일화 합의에서 시작한 안 원장의 내년 대선을 겨냥한 정치 행보는 이날로 공식화됐다는 평가가 많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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