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재보선 D-2]안철수 “박원순 돕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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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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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 어젯밤 朴에게 전화… “오늘까지 도울방법 알릴것”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사진)이 23일 야권 무소속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를 공식 지원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와 박 후보 간의 초박빙 승부로 전개되던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막판 판세에 ‘안철수 바람’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특히 안 원장의 본격 지원은 사실상 ‘정치인 안철수’의 등판을 의미하는 것으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나 후보를 적극 지원해 온 데 따른 맞대응인 만큼 이번 선거가 사실상 ‘박근혜 대 안철수의 대선 전초전’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안 원장의 구원 등판으로 박 후보가 당선된다면 안 원장을 중심으로 하는 ‘제3 정치세력’이 부상해 기성 정치지형을 재편하는 한편 대선구도까지 변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박 후보 선거캠프 송호창 공동대변인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안 원장이 박 후보의 오늘(23일) 광화문광장 유세 직후인 오후 8시경 박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주고 싶다. 어떻게 도움을 드릴지 내일(24일)까지 고민해서 알려 드리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박 후보와 안 원장은 21일 오전 7시경 서울 강남에 있는 박 후보 지인의 사무실에서 배석자 없이 30분가량 만나 선거 문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안 원장은 선거 흐름과 지나친 인신공격이 벌어지는 것에 대해 박 후보를 걱정하고 위로했다고 송 대변인은 전했다. 송 대변인은 “이날은 단순히 (안 원장이 박 후보를) 격려하는 차원에서 만났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박 후보가 이날 만남에서 안 원장에게 선거 지원을 요청했지만, 안 원장이 딱 부러진 답변을 하지 않다가 만남 이틀 뒤인 23일 지원을 결정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래서인지 박 후보는 22일 서울 한강 잠실지구에서 열린 서울공무원가족걷기대회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안 원장과 나는 일심동체이다. 내가 (선거에서) 떨어지면 안 원장도 타격이 있을 것”이라며 “안 원장도 (선거 지원 여부를)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가 16, 17일 코리아리서치센터(KRC)에 의뢰해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임의번호걸기(RDD) 여론조사에선 안 원장 지원 효과가 박 전 대표 지원 효과보다 더 클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인 안철수 씨가 지원유세에 나선다면 박원순 후보의 득표율 상승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십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73.3%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답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지원유세가 나경원 후보의 득표율 상승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십니까’라는 질문엔 66.3%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정치권에선 지난달 6일 박 후보에게 서울시장을 ‘양보’한 뒤 47일 만에 박 후보 지원을 결정한 안 원장의 지원 개시 시기와 방식을 놓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 후보 선거캠프 관계자들은 안 원장의 성향으로 볼 때 박 후보와 함께 거리 유세에 나서는 것보다는 ‘안철수 식’ 지원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안 원장이 기자회견이나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지지 선언을 하는 등 방식은 다양하다”며 “안 원장이 박 후보를 만나 다시 한 번 지지를 확인하고 이를 언론에 공개하는 것도 효과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안 원장의 지원 결정 소식에 한나라당과 나경원 후보 측은 예상됐던 행보로 큰 변수는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선거 막판 파괴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나 후보 측 안형환 대변인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하는 박 후보가 안 원장에게 매달린 결과로 이미 타이밍도 지났고 지지율도 충분히 반영돼 선거에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도권 한 초선 의원은 “박 후보를 지지했다가 검증 국면을 거치면서 부동층으로 빠지거나 투표장에 나오지 않으려던 이들이 다시 투표장으로 갈 계기가 마련됐다”고 걱정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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