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손에는 독침, 입으로는 안보강연… 보수단체대표 테러기도 간첩, 6년간 軍-대학 안보강사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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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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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지령을 받고 고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측근과 국내 보수단체 대표를 상대로 테러를 기도하다 국가정보원에 붙잡힌 탈북자 안모 씨(54)가 국내에서 장기간 안보강사로 활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공안당국에 따르면 1996년 국내에 들어온 안 씨는 성은 그대로 두고 이름만 바꾼 뒤 한 공기업에 취직했다. 안 씨는 이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도 틈틈이 시간을 내 6년여 동안 학교와 군부대를 다니며 안보 강연을 했다. 탈북자들의 강연은 대개 북한 독재체제의 폐쇄성과 인권 탄압 실상을 알리고 한반도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지만 안 씨가 구체적으로 어떤 강연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안 씨는 북한 인민무력부 산하 후방총국의 장교 출신으로 이 경력을 인정받아 안보 강연을 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은 고학력자거나 군인 출신인 탈북자들을 안보강사로 선발해 강연을 맡기고 있다. 총정치국, 총참모부와 함께 인민무력부를 구성하는 후방총국은 전시 대비 비축물자를 확보하고 북한군에 보급품과 군수물자를 지원, 조달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북한군 조직이다.

공안당국은 안 씨가 겉으로는 안보 강연을 하는 척하며 실제로는 북한 체제를 찬양하는 강연을 하지 않았는지도 함께 조사하고 있다.

안 씨는 2000년대 초 회사에서 퇴직한 후 중국에서 김치와 고추장 사업을 하다가 최근 2, 3년간 몽골에서 막걸리 사업을 했다고 주변에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안 씨는 15년간 국내에 머무르면서 30여 차례 중국 몽골 일본 등지를 방문했다. 공안당국은 안 씨가 이 과정에서 지난해 말 황 전 비서의 망명동지인 김덕홍 전 북한 여광무역연합총회사 총사장에 대한 암살 지령을 받았지만 주변 경계가 강화되자 포기하고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를 암살하라는 지령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안 씨는 몽골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독침 1개와 독총 2자루를 건네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년필 형태인 독침은 쉽게 숨길 수 있고 독총 역시 일반적인 총의 모양이 아니어서 적발되지 않았던 것. 공안당국은 물론 안 씨가 처음부터 탈북자로 위장해 남파된 간첩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안 씨는 김덕홍 전 총사장을 상대로는 독극물 테러를 계획하고, 박상학 대표를 상대로는 독침 테러를 기도한 혐의(국가보안법의 목적 수행 및 특수잠입·특수탈출 등)로 6일 구속됐다. 국정원은 구속 기한이 만료되는 23일 전에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상호)로 송치할 예정이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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