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의약품(OTC)의 약국 외 판매 정책을 놓고 청와대와 당, 정부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은 10일 복지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15일 열리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약사법 개정안을 올해 정기국회(9∼12월)에 상정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박카스 등 자양강장제나 훼스탈 등 소화제는 현재 시행령만 고쳐도 슈퍼마켓에서 판매할 수 있지만 타이레놀과 같은 감기약을 슈퍼에서 팔려면 약사법상 의약품의 정의를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7일 “국민 편익을 고려해야 한다”며 OTC의 슈퍼 판매 추진을 사실상 지시한 데 따른 움직임이다. 복지부는 당초 OTC의 슈퍼 판매를 유보하면서 심야시간과 공휴일에 당번약국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가이드라인 제시 후 정책 방향을 바꾼 것이다.
진 장관은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곧바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을 만나 설득 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당정은 “이해관계 단체들이 참여한 가운데 OTC의 슈퍼 판매를 계속 논의해 보자”는 원론적 수준에서 의견을 모았을 뿐이다.
여기엔 청와대에 대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불만 기류가 깔려 있다.
안홍준 정책위 부의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2차례에 걸친 당정청 회의 때 당에서 강력히 요청해 OTC의 슈퍼 판매 대신 약국의 접근성을 높이기로 합의했는데 복지부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아쉽다”고 말했다.
한 당직자는 “OTC 정책이 신주류와 청와대·정부가 신경전을 벌였던 제2의 ‘추가 감세정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물론 여당 내부에서 일고 있는 이런 분위기는 약사집단이라는 강력하고 조직화된 힘 때문이다. 전국 단위의 대한약사회뿐 아니라 지역의 약사회는 의원들의 각 지역구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OTC를 편의점이나 슈퍼에서도 팔 수 있도록 허용하면 일반 국민이 얻는 이익은 추상적인데 반대로 약사의 불이익은 아주 구체적으로 나타난다”면서 “내년 총선에 여당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동네 곳곳에 약국이 들어서 있고 당번약국제 등이 시행돼 있는데도 OTC를 허용해 버리면 약사들이 입을 피해는 직접적으로 나타나 여당이 많은 표를 잃을 것”이라는 논리다. 반면 일반 국민은 약국에서 사먹는 것을 슈퍼에서도 사먹을 수 있다는 이익을 얻는 정도라 득표에 큰 효과가 없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로 넘어오면 찬반 논쟁이 크게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아직 자세한 내용을 보고받지 못했다”면서 “일단 상임위에서 논의한 뒤에 의견을 수렴해 (법안 처리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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